[잠깐 읽기] 도파민 과잉 시대, 당신의 뇌가 무너진다
리처드 사이토윅 지음
도파민 과잉 시대, 당신의 뇌가 무너진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우리는 각종 스마트 기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독서는커녕 한 쪽짜리 글조차 진득하게 읽지 못하는 난독증, 밤낮으로 고통받는 수면 장애,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극심한 불안(포모·FOMO)까지. 현대인은 이러한 주의력 붕괴와 디지털 중독을 ‘나태함’이나 ‘의지력 부족’ 탓으로 돌리며 스스로를 자책한다.
하지만 세계적인 신경학자 리처드 사이토윅은 신간 <도파민 과잉 시대, 당신의 뇌가 무너진다>를 통해 그것이 개인의 도덕적 결함이 아니라 뇌의 ‘진화적 불일치’에서 비롯된 신경학적 오작동이라고 단언한다.
저자는 호모 사피엔스 출현 이후 문명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두개골 안의 뇌는 여전히 300만 년 전 석기 시대 수렵 채집인의 구조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사방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해 재빠르게 반응하던 생존 기제인 ‘정향 반사’가 첨단 기술을 무기로 삼은 빅테크 기업들의 정교한 타깃이 된 탓이다. 석기 시대의 뇌에는 24시간 쉬지 않고 몰아치는 첨단 기술의 공세를 막아낼 생물학적 방어 기제가 없기에 무력하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책은 과도한 스크린 노출이 아동의 공감 능력을 떨어뜨리고 유사 자폐증을 유발하는 메커니즘부터, 멀티태스킹이 효율적이라는 착각의 실체까지 뇌과학적 관점에서 낱낱이 해부한다. 나아가 저자는 무작정 기기를 끄라는 현실성 없는 주장 대신, 뇌의 에너지 예산을 관리하고 알고리즘의 노예에서 벗어나 삶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는 실천적 이정표를 제시한다. 자책감에 빠진 현대인들에게 냉정하면서도 희망적인 뇌과학적 처방을 건네는 책이다. 리처드 사이토윅 지음/김광국 옮김/알레/500쪽/2만 6000원.
김형 기자 m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