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상장’ SKIET 다시 품는 SK이노…뿔난 주주들 국민청원도
2019년 물적분할·2021년 상장…다시 모회사로
상장 당시 SK이노 주주에 SKIET 주식 미배정
SK이노베이션은 구주매출로 1.35조 원 확보
증권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SKIET로 확대”
서울 종로구 SK그룹 본사. 연합뉴스
SK이노베이션이 5년 전 ‘쪼개기 상장’ 논란 속에 떼어냈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다시 품기로 하면서 주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실적 부진에 빠진 SKIET의 재무 위험을 SK이노베이션이 합병 신주 발행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과 자금 부담 형태로 떠안게 됐다며, 과거 물적분할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또다시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SK온 등 배터리 사업의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이를 타개하는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의 다른 계열사들이 잇달아 희생되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사업 재편이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오전 11시 기준 전 거래일보다 0.99% 오른 11만 2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SKIET 합병 소식이 발표된 직후인 전날 11% 급락한 이후에도 반등의 실마리를 쉽게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전날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던 SKIET는 이날 6.8% 하락한 1만 8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은 모회사가 소규모합병 요건을 활용할 경우 주주총회 승인과 주식매수청구권이 모두 생략될 수 있어 소액주주 보호 장치가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 주주들은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하며 국회전자청원까지 올렸다.
SKIET는 2019년 4월 SK이노베이션의 소재사업 물적분할을 통해 출범했으며 2021년 5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상장 당시에도 SK이노베이션의 유망 사업을 떼어내 별도 법인으로 상장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이 모회사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물적분할 방식이 적용되면서 기존 SK이노베이션 주주들에게 SKIET 주식이 배정되지 않았고, SK이노베이션은 당시 SKIET 구주매출로 1조 35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하지만 전기차 수요 둔화와 이른바 ‘캐즘’의 영향으로 SKIET의 주력 사업인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 분리막 사업은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SKIET는 2024년 2910억 원, 2025년 246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년 연속 2000억 원대 적자를 냈다. 올해 상반기에는 중국 자회사 매각에 따른 처분손실 등이 반영되면서 순손실 규모가 1조 3000억 원까지 확대됐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합병을 두고 SK이노베이션이 SKIET의 실적 부진과 재무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나증권 윤재성 연구원은 27일 보고서에서 이번 합병에 대해 “SKIET의 분리막 사업 부진과 재무 위험을 신주 희석과 자금 부담 형태로 떠안게 됐다”고 평가했다.
윤 연구원은 “과거 SK온과 SKIET의 물적분할 당시에도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은 분할 법인에 대한 주식 권리를 부여받지 못했고, SKIET 상장에 따른 가치 상승도 중복 상장 할인으로 SK이노베이션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SK온과 SKIET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 한도를 명확히 설정하고, 업황 호조에 따른 이익 증가분을 자사주 매입·소각이나 배당 확대로 기존 주주에게 환원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iM증권 전유진 연구원도 SK이노베이션이 그동안 배터리 자회사 SK온을 지원하기 위해 알짜 자산을 매각하고 핵심 계열사들을 희생시켜 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전 연구원은 “약 5년째 이어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은 행보가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제는 SKIET로 확대된다는 점에서 SK이노베이션 주주 입장에서는 실망감과 허탈감, 불편함이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