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생명체 모두에 더 나은 ‘길’ 찾기
■크로싱/벤 골드파브
크로싱/벤 골드파브
일요일 아침 TV 동물 프로에서 야생오리 가족의 이소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새끼 여섯 마리를 대동한 어미 오리가 8차선 도로를 건너 호수로 이동하는 장면은 감동적이었다. 사람과 차 따위가 잘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비교적 넓은 길(표준국어대사전)을 뜻하는 도로. 우리는 이 도로를 통해 매일같이 출퇴근하고, 아이를 등하교시킨다. 여행을 떠나고 배달 피자도 받는다.
하지만, 사람과 차가 아닌 생명체들에게 도로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달려든다. 책은 비교적 신생 학문인 ‘도로 생태학’이라는 돋보기로 바라본 세상 이야기이다. 인간에게 필수적인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띠는 지구 전체의 생태계를 소리 없이, 철저히 바꾸어 놓고 있다.
TV 속 오리들이 무사히 건넜다고 마냥 안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로드킬은 파괴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곰이 짝을 찾아가지 못하고, 사슴이 겨울 먹이터로 가지 못하며, 개구리는 태어난 연못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서식지가 쪼개진 동물들은 먹이와 짝을 찾아 이동하는 능력 자체를 잃게 된다. 도로 제설을 위해 뿌린 염화칼슘은 강과 호수를 오염시키고, 질주하는 자동차 소음은 새들의 짝짓기 노래를 지워버린다.
이 책은 ‘도로는 나쁘니 없애버리자’라고 외치지 않는다. 이미 도로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이지 않은가? 대신 세계 각지의 실험적 사례를 소개하며 도로가 자연 속에서 ‘방문객’처럼 겸손하게 놓일 수 있는 길을 안내한다. 2050년까지 전 세계에 2400만 km가 넘는 도로가 새로 깔릴 예정이다. 벤 골드파브 지음/조은영 옮김/곰출판/568쪽/2만 8000원.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