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토에 주택 균열에… 동구 침수지 정비사업 난항
자성대아파트 일대 배수펌프 공사
중금속 초과 검출 6개월째 중단
현장 옆 주택 붕괴 우려까지 겹쳐
작업 재개 못 한 채 지연 불가피
중금속 오염토 발견으로 약 6개월째 공사가 멈춘 부산 동구 ‘범일2 침수위험지구 정비 사업’ 현장의 최근 모습. 부산 동구청 제공
폭우가 내릴 때마다 물에 잠기는 부산 동구 자성대아파트 일대에 배수펌프를 확충하는 사업 현장에서 기준치를 크게 웃도는 중금속이 검출돼 공사가 중단됐다. 설상가상으로 공사 중 사업지 인접 노후 주택에 균열이 생겼고, 안전사고 우려로 6개월째 공사를 재개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공사가 늦어지면서 향후 태풍이나 폭우가 올 경우 침수 피해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3월 20일 부산 동구 ‘범일2 침수위험지구 정비 사업’ 공사 현장에서 토양오염이 확인되면서 지난 4월부터 공사가 중단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0일 동구청에 따르면 지난 4월 공사 중단 이후 토양오염 조사를 진행하던 중 지난 8월 공사 현장 옆 부지에 있는 노후 주택에 균열이 발생한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건축물은 공사 현장에 인접해 있어 공사를 강행할 경우 주택 붕괴 등 안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구청은 중단된 공사를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구청은 공사를 시작하기 앞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해당 주택을 매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소유주와 매입 금액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공사 재개도 요원한 상황이다.
해당 사업은 상습 침수 구역인 동구 자성대아파트 일원에 배수펌프와 저류조를 설치하는 공사다. 앞서 구청은 총사업비 230억 원 규모로 2021년 4월부터 사업 추진을 시작했고, 지난해 12월 터파기 공사에 들어갔지만 토양오염이 확인되면서 공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공사 현장에서 ‘토양 오염 기준치’가 넘는 중금속이 나왔기 때문이다. 동구청이 지난 4월 27일부터 한 달간 부지 1350㎡에 개황 조사(오염 물질 종류 및 면적 확인 사전 조사)를 진행한 결과, TPH(석유계총탄화수소)가 기준치인 800mg/kg 20배가 넘는 1만 6049mg/kg이 검출됐다. 아연도 기준치인 600mg/kg 2.4배가 넘는 1457mg/kg이 나왔다. 이에 구청은 오염토를 외부 업체로 반출해 정화하기로 했다.
해당 부지는 일제강점기 바다를 메워 조성한 매립지다. 당시 매립 과정에서 오염된 토양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다량의 중금속이 나온 정확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약 100년 전 완료된 사업인 만큼 매립 주체와 구체적인 매립 과정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배수펌프 설치 공사가 멈춘 지 약 6개월이 지났지만, 토양 반출 작업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옆 부지 노후 건축물 안전사고 우려로 오염토 반출·정화를 위한 공사가 추진되지 못한 탓이다.
애초 사업은 2028년 5월 준공 예정이었으나 일정 연기는 불가피해졌다. 공사 중단 당시 공정률은 5~10% 수준에 그쳤다. 이 일대는 태풍·폭우가 올 때마다 침수가 반복돼 개선이 시급한 구역이다. 2021년 1월에는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로도 지정됐다. 실제 2022년 태풍 ‘힌남노’가 부산에 상륙하자 동구청은 자성대아파트와 삼보연립 주민 등 51세대 88명을 대상으로 임시 대피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공사가 지연되면서 당장 내년 여름 태풍·폭우가 찾아오면 침수 피해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를 두고 동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노후 건축물 위험 요소 해소가 최우선 사항으로, 해당 부지를 신속히 수용하고 사업을 재개하겠다”며 “공사 지연은 불가피하지만 2028년 사업을 완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