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말기라 풀려난 60대, 전자발찌 떼자 전 연인 살해해 구속
서울 은평구에서 전 연인이던 7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60대 남성이 7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A씨는 이달 5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자신의 주거지에서 과거 연인 관계였던 70대 여성 B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연합뉴스
폐암 말기라는 이유로 공소청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던 60대 남성이 전 연인인 70대 여성을 살해해 결국 구속됐다. 피해 여성은 이 남성으로부터 지속적인 스토킹을 당해 왔으며 경찰에 네 차례나 피해를 신고했지만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박석근 부장판사는 7일 살인 혐의를 받는 60대 남성 A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이날 오후 2시 26분 심사 출석을 위해 법원에 들어선 A 씨는 '왜 전 연인을 살해했느냐', '왜 범행 후 수면제를 먹었느냐', '피해자를 집으로 오라고 협박했느냐', '전자발찌 풀 때까지 기다렸느냐' 등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A 씨는 지난 5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자신의 주거지에서 과거 사귀는 사이였던 70대 여성 B 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이후 숨진 B 씨 옆에서 의식 불명인 상태로 경찰에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된 A 씨는 치료받다 전날 퇴원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후 수면제를 복용했다. 대화 중 시비가 붙어 화가 나서 살해했다"며 혐의를 대체로 인정했다.
B 씨는 2024년 9월부터 총 4차례에 걸쳐 A 씨의 스토킹 범죄를 신고했다.
세 번째 신고가 접수된 지난 7월 18일 A 씨는 접근금지 잠정조치를 위반하고 B 씨의 집에 찾아가 목을 조른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당시 경찰은 A 씨를 폭행, 스토킹처벌법 위반, 절도 등 혐의로 서울서부지방공소청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공소청은 폐암 4기인 A 씨가 암 수술을 받은 지 얼마 안 돼 건강 상태가 좋지 않고 기대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 경찰은 결국 A 씨를 불구속 상태로 송치했다.
다만 경찰은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해 법원에 구치소 유치와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등 잠정조치를 신청했다. 이후 경찰은 A 씨가 구치소에서 나온 시점과 전자발찌 부착 기간이 종료된 시점에 B 씨에게 추가 안전조치를 권유했다. 그러나 수차례 모니터링 결과 특이점이 없고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추가 잠정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B 씨는 A 씨가 전자발찌를 뗀 지 약 2주 만에 A 씨의 주거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정미 부산닷컴기자 like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