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이상한 역사가 반복되고 있을까
■독재자의 비밀/고나무
독재자의 비밀/고나무
‘전두환은 어떻게 권력을 훔쳤나, 1979년의 결정적 49일.’ 옷을 갈아입고 나온 논픽션의 부제다. 2013년에 출간된 <아직 살아 있는 자 전두환>의 개정증보판이 나왔다. 2026년의 시점에서 기존 서술을 바로잡고, 새로운 내용을 더했다. 2024년 12월 3일 밤. 이 책이 새롭게 세상에 나와야 하는 이유를 얻었다. 윤석열 포고문은 45년 전에 쓰인 전두환 당시와 비교하면 더 거칠고, 더 폭력적이었다. 논리적으로는 훨씬 더 조악했다. 탄핵당한 대통령을 수사했던 검사는, 결국 탄핵당한 대통령이 되었다. 왜 이렇게 이상한 역사가 반복되고 있을까. ‘서울의 봄’을 영화관에서 처음 보고 일 년 만에 현실에서 비상계엄을 목격한 젊은 세대라면 특히 이 책에서 놀라운 사실들을 만날 것 같다.
저자는 미국의 공개 기밀문서와 회고록, 언론 보도를 검토하고 관계자들을 직접 만났다. 그리고 모두가 변화를 기대했던 역사에서 반란의 주도자가 승리한 과정을 따라간다. 결정적으로 쿠데타가 육사와 군을 망가뜨렸다. 전두환의 쿠데타 시도는 12·12가 처음이 아니었다. 전두환과 노태우는 1963년 7월 6일을 디데이로 정하고 김종필 계열 인사들을 제거하는 쿠데타를 계획했다. 당시 육군 방첩부대 대장 정승화가 박정희에게 보고하지만, 박정희는 처벌하지 않았다. 오히려 박정희는 육사 11기를 자신의 권력 게임 체스 말 중 하나로 사용했다.
1979년 박정희가 전두환을 보안사령관에 임명한 사실도 매우 이상하다. 미국인 관찰자들은 ‘전혀 일반적인 임명이 아니었다’라고 기록했다. 저자는 “죽기 전에, 앞일을 내다보기라도 한 듯”이라는 해석을 덧붙이고 있다. 1980년 1월에는 전두환 등 신군부 세력을 축출하기 위해 한국군 장성들의 역쿠데타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 주한 미군 대사와 주한 미군 사령관이 거절하며 무산되고 말았다. 미국은 한반도 안보와 정세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을 우려했다. 우리 역사에서 빈번했던 쿠데타 시도가 과연 종말을 고한 것일까.
1980년 김종필이 이기는 게 자연스러워 보이는 전두환과의 싸움에서 진 까닭은 무엇일까. 청와대에 돈과 조직을 모두 빼앗겼기 때문이었다. 김종필은 자신이 했던 그대로 전두환에게 당했다. 미력했던 거리의 민주주의는 군부 통치에 대한 제어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렇게 전두환이 한국의 젊은 세대에게 남긴 가장 나쁜 유산은 냉소주의다. 나쁜 짓을 해서라도 이기면 그만이고, 그렇게 얻은 부는 대물림된다는….
부산 출신 천금성 소설가를 만나 인터뷰한 대목에서는 가슴이 짠해졌다. 천 소설가는 한국 현대 해양소설의 선구자라는 경력을 전두환 전기를 써서 완전히 망치고 말았다. 술이 불콰하게 취할 무렵 전두환 전기를 쓴 진짜 동기를 물었다. 노작가는 “인세 받아서 배를 하나 사려고 했다”라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저자는 “586세대 정치인이 5·18과 6·29의 역사를 신화화하려 할수록, 나는 반항심에 가까운 마음으로 1979년 10월 말의 역사로 더 거슬러 올라갔다. 이런 다르게 보기가 역설적으로 독자로 하여금 민주주의 시스템의 가치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 되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언제쯤이면 이 나라에 선하면서도 강한 권력을 세우는 일이 가능할까. 고나무 지음/스위밍꿀/324쪽/2만 2000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