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질환 허투루 보다 영영 못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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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층과 당뇨환자가 늘어나면서 망막질환 환자가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망막환자에게 항체주사를 시술하는 장면. 이안과 제공

10년 전 당뇨병을 진단받고 약을 먹고 있는 60대 중반의 P 씨.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서서히 시력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 안과를 찾았다. 시력검사를 해 보니 오른쪽은 0.2, 왼쪽은 0.1이었다. 안저검사에서도 망막 중심부가 부어 있었으며 비정상적인 혈관이 보이는 '당뇨망막병증'이 나타났다. 곧장 안구에 항체주사를 주사했고 이후에 레이저로 망막광응고술을 시행했다. 다행히 시술 후 시력이 조금 회복돼 오른쪽은 0.7, 왼쪽은 0.5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 눈의 망막은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된다. 방안의 벽지와 같이 눈의 후안부에 얇게 발라져 있는 막이다. 망막의 중에서도 가장 중심 부위에 있는 황반에는 시력과 색깔을 인지하는 시각세포들이 밀집돼 있다. 외부에서 들어온 빛의 초점이 황반에 맺히는데 망막에서도 가장 예민하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나이가 들면 황반이 노화현상을 보이며 변성이 진행된다. 필름이 변질되면 사진이 잘 찍히지 않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당뇨망막병증 실명 원인 1위
증상 자각 땐 이미 늦어
당뇨환자 정기검진 필수



최근 들어 당뇨망막증, 황반변성 등의 망막질환들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망막질환은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다. 60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앞으로 5년 후에는 15%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망막환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서구식 식습관으로 인해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생활습관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 등 중증 망막질환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


# 당뇨망막병증

당뇨병은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킨다. 대표적인 것이 당뇨망막병증이다. 우리나라의 실명 원인 1위를 차지할 만큼 위협적인데도 불구하고 당뇨 환자들의 관심은 낮은 편이다.

당뇨망막병증의 원인은 바로 당뇨로 인한 혈액순환장애다. 당뇨병은 전신 질환으로 말초혈관에 혈액순환장애를 일으킨다.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신체의 모세혈관이 손상을 입게 되는데, 이때 망막의 모세혈관도 파괴된다. 망막에 혈액순환 문제가 생기면, 망막은 더 많은 산소를 공급받기 위해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를 분비해 새로운 혈관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혈관은 정상적인 혈관이 아니기 때문에 혈관 벽이 매우 약해서 아주 작은 충격에도 쉽게 출혈이 된다. 신생혈관이 파손되면 혈액이나 진물이 나오는데 이로 인해 망막조직이 부어 시력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 병은 어느 정도 진행이 되어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또 자각할 수 있는 증상도 대부분 통증을 동반하지 않는 시력 저하 정도이기 때문에 모르고 지내는 것이다. 환자가 이상하게 여겨 안과를 찾을 때에는 이미 심각한 상태가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안과 김대윤 진료부장은 "당뇨병 환자는 증상이 없더라도 반드시 정기적으로 안과에서 안저검사를 해야 한다. 당뇨망막병증은 그냥 내버려두면 반드시 실명하게 되는 병이지만 병의 진행 단계 별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실명을 막을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치료를 중도에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선 굽어 보이면 황반변성 의심
노화가 주원인… 흡연 금해야
녹황색채소·등푸른 생선 '예방'



# 황반변성

황반변성 원인의 70%는 노화다. 가족력이 있거나, 자외선 노출이 많은 경우, 흡연, 고혈압, 고지혈증 등도 황반변성 발생률을 높이는 요인이다.

황반변성에 걸리면 건물이 약간 휘어져 보이거나, 부엌이나 욕실의 타일, 테니스장의 선이 굽어져 보이는 것과 같은 이상한 현상을 경험한다. 더불어 시야의 중심 부분이 잘 보이지 않거나 글씨들이 시커멓게 뭉쳐 보이기도 한다.

한쪽 눈에만 황반변성이 있을 때에는 불편한 증상을 못느끼는 경우가 많다. 몇 년 동안 불편 없이 지내기도 한다. 하지만 양쪽 눈에 모두 황반변성이 발생하면 책읽기와 정밀한 작업활동이 힘들어진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황반변성 환자들에게 제안하는 예방법은 다음과 같다.

가장 먼저 금연을 권한다. 흡연은 나이 다음으로 중요한 원인이기 때문에 황반변성 환자의 경우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다음은 항산화제가 풍부한 브로콜리나 시금치, 당근 등의 녹황색 채소와 등푸른 생선을 많이 섭취하고 인스턴트 식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자외선이나 청색광에 대한 차단이다. 야외작업이나 레저활동을 할 때에는 창이 넓은 모자나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정기적인 안과검진은 통해 질환의 진행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다.


# 치료와 관리

망막질환은 백내장과 같이 수술로 쉽게 시력을 회복할 수 있는 질환과 달리 한번 나빠지면 되돌릴 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정기적인 안과검진과 꾸준한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초기 황반변성의 소견을 보이는 경우에는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진행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한쪽 눈을 교대로 가리고 보았을 때 중심부가 흐리게 보이거나 안보이는 부분이 있는 경우, 직선 같은 것이 굽어져 보이는 경우는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단순히 노환으로 생각하고 방치할 경우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당뇨망막증은 조기에 발견해서 약물치료, 레이저치료, 항체주사, 유리체절제술 등의 적절한 치료를 하면 대부분 시력을 잘 유지한다. 황반변성도 최근에는 항체주사, 광역학치료 등으로 시력을 보존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안과 최봉준 원장과 김대윤 진료부장은 6일 오후 3시 부산일보 10층 강당에서 '노인성 망막질환'을 주제로 무료 강좌를 개최한다. 김병군 의료전문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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