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 테크] 서번산업엔지니어링㈜
공기정화기 필수 시대 ‘공간 맞춤 기술’ 통했다
서번산업엔지니어링의 정용환 대표가 부산 강서구 화전동의 본사 공장에서 공기정화기의 생산 과정과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주위에 있는지조차 깨닫지 못하지만 없어선 안될 존재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이를 ‘공기’에 빗대곤 한다. 아주 오래된 이 비유처럼 공기는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다. 특히 미세먼지 등 공기질을 악화시키는 각종 위험 요소가 빠른 속도로 증식하면서 깨끗한 공기에 대한 수요도 점차 커지고 있다. 또 대형 빌딩, 지하상가, 아웃렛 등 도심 속 실내공간이 늘어나면서 공기를 컨트롤하는 일은 에너지 절약은 물론 안전과도 직결되는 이슈로 급부상했다.
이 같은 수요를 미리 예측하고 공기정화 시장에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민 부산 기업이 바로 서번산업엔지니어링㈜이다.
1993년 부산서 설립된 ‘공조기’ 업체
쇼핑시설·벡스코·병원·터미널 등
공간 특성에 맞는 공조기 설치해 와
열회수 환기시스템 부문 美 인증 획득
조달청 우수 물품 선정 등 기술력 인정
러시아·중국 등 해외시장 개척도 나서
■공기가 바뀌면 세상이 달라진다
부산 강서구 화전동에 본사를 둔 서번산업엔지니어링은 1993년 산업용 공조기(공기정화기)를 생산·판매하면서 시장에 뛰어들었다. 서번산업엔지니어링을 설립한 정용환(60) 대표는 공기정화 기술이 상황과 여건에 따라 세밀하게 다변화해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극도로 높은 수준의 공기 청정도를 요구하는 병원 수술실과 수시로 유독성 가스 물질을 정화해 바깥으로 빼 줘야하는 연구실,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많은 학교 교실 등은 제각기 다른 공기정화 기술을 요구한다”며 “공기정화에 대한 민감도는 그 사회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척도”라고 말했다.
국내의 상황은 최근 들어 공기정화 기술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단계다. 공기정화기는 병원, 연구실 등 특수한 성격의 시설에서만 중요한 게 아니라는 인식도 점차 커지고 있다. 화재 사고에서 빈번하게 발생했던 질식사가 커다란 교훈을 줬다. 제대로 공기정화, 환기시설만 갖췄더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사고들이었기 때문이다.
공기정화 시설의 중요성은 안전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건물 내에서 공기가 제대로 순환하지 않으면 건물 내부에 있는 사람들은 답답함과 함께 더위나 추위를 느낀다. 백화점이나 아웃렛 등 고객의 체류시간을 늘려야 하는 건물주 입장에서는 냉난방 시스템을 강도 높게 가동할 수 밖에 없다. 정 대표는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소비량 가운데 27%가 각종 빌딩에서 나올 정도로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가 많다. 연구실과 병원 등을 합하면 건물에서 나오는 에너지 소비량은 엄청날 것”이라며 “공조기만 잘 설치해도 쓸데없는 에너지 소비를 대폭 줄이고, 최소 비용으로 최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필요성을 적극 어필해 서번산업엔지니어링은 이마트와 하나로마트 등 쇼핑시설은 물론 벡스코 오디토리움, 영화의전당,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부산대병원, 정부세종청사 등 다양한 종류의 다중이용시설에 공기정화기를 설치했다. 국가기록원, 각종 박물관과 미술관 등 문서의 보관·보존이 중요한 시설에도 특성에 맞는 공조기를 설치했다.
■기술력 앞세워 해외판로 확대
서번산업엔지니어링은 친환경 공조기 개발을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 판로개척에도 나섰다. 서번산업엔지니어링이 지난해 개발한 공조기는 습기를 증발시키는 냉각기를 설치해 밖으로 나가는 배기열의 회수 효율을 기존 제품보다 12.8% 높였다. 이를 통해 냉난방 에너지를 30% 이상 절감하는 효과를 낸다. 냉난방 코일의 열전도 성능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코일 외부에 부식방지용 친환경 페인트를 칠해 부식에 견디는 성능도 3배 이상 높였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7월 조달청으로부터 우수 조달물품에 지정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서번산업엔지니어링은 2014년 엄격하기로 소문난 미국 냉난방제조사협회의 테스트를 통과해 열회수 환기시스템(ERV) 부문 성능인증을 획득했다. 같은 해 ‘미리내(MIRINE)’라는 이름으로 러시아 시장에 진출, 현지 쇼핑센터와 관공서, 물류창고 등에 공조기를 납품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250억 원 대의 매출이 발생했다. 친환경 공조기 기술 등을 바탕으로 중국은 물론 중동시장으로까지 해외 판로를 넓히겠다는 게 정 대표의 목표다.
해외 진출 등 외연 확장에도 주력하지만 정 대표는 70여 명의 직원들과 가족 같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회사 이름에 ‘서번’(servant·섬김)을 넣은 것은 대표와 임원은 직원들을 섬기고, 직원은 고객들을 섬겨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4년 전부터 부산기계공업협동조합의 이사장도 맡고 있다. 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부산기계공업협동조합은 400개사에 가까운 조합사를 갖춰 전국 업종별 협동조합 가운데 최대 규모다. 전통과 규모를 자랑하지만 기계 산업의 침체기가 이어지는 이 같은 상황에서 미래는 그리 밝은 편이 못된다. 정 대표는 “조합이 나서서 중소기업과 연구기관을 매칭시켜 실효성 있는 연구·개발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올해 본격 추진할 것”이라며 “젊고 우수한 인재들이 지역을 외면하지 않도록 민·관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