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786. 뒤집지 말라, 사열·자문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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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6일 오후 울산시 북구 염포동 성내삼거리 인근 도로에서 차량이 전도돼 사고 수습이 이뤄지고 있다.’

흔히 보는 뉴스다. 한데, ‘전도돼’는 어떻게 됐다는 말일까. 사전 풀이를 보자면 ‘轉倒’는 ‘사람이나 물체가 넘어짐’ 또는 ‘거꾸로 되거나 거꾸로 함’이다. 또 ‘顚倒’는 ‘엎어져 넘어지거나 넘어뜨림’이다. 그러니 당장 어느 한쪽을 골라도 이게 또 넘어진 것인지, 뒤집힌 것인지 헷갈린다. 그나마 저게 사진설명이어서, 옆으로 넘어졌다는 걸 알 수 있다. ‘넘어져’로 썼다면 독자들이 알기 쉬웠을 터.

사실 ‘전도’는 한자 세대에게도 어려운 말이다. 하면, 왜들 저렇게 어려운 한자말을 쓰는 걸까. 그냥 습관이 돼서? 많이 아는 걸 자랑하려고? 뭐, 어느 것이든 뜻을 정확히 알고서 자리에 맞게 쓰는 건 기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심지어 언론마저 제대로 쓰지 않는다.

‘새해 첫 중국 방문길에 나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식 환영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인민해방군의 사열을 받고 있다./10일(현지시간) 영국을 방문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의장대의 사열을 받고 있다.’

위에 나온 ‘사열’이 바로 그런 말.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보자.

*사열(査閱): ①조사하거나 검열하기 위하여 하나씩 쭉 살펴봄. ②부대의 훈련 정도, 사기 따위를 열병과 분열을 통하여 살피는 일.(이른바 십만 대군이 운집해서 총지휘관의 사열을 받았다.) ③부대의 훈련 정도나 장비 유지 상태를 검열하는 일.

쉽게 말해, 조사하고 검열하고 살피는 게 사열이다. 그러니 위에 인용한 기사에서는 중국군이 김정은·시진핑을, 영국군이 아베를 조사하고 검열했다는 얘기가 된다.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폐렴 예방접종을 꼭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강동경희대병원 최천웅 교수에게 자문을 구했다.’

여기 나온 ‘자문’도 많이들 뒤집어 쓰는 말. 표준사전을 보자.

*자문(諮問): 어떤 일을 좀 더 효율적이고 바르게 처리하려고 그 방면의 전문가나,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기구에 의견을 물음.(자문에 응하다/정부는 학계의 자문을 통해 환경 보호 구역을 정하였다.)

달리 말하자면, 자문은 물어본다는 것. 그러니 ‘자문을 구하다’ 대신 그냥 ‘자문하다’면 될 일이다. 누가 자문하면, 그 자문에 응하면 될 일이기도 하고….

jinwoni@busan.com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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