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788> 말 하듯이 써라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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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조사(助詞): 체언이나 부사, 어미 따위에 붙어 그 말과 다른 말과의 문법적 관계를 표시하거나 그 말의 뜻을 도와주는 품사.

조사(토씨)는, 사전 풀이로 보면 이렇게 간단하지만, 게다가 기껏해야 거의 한두 음절이지만, 이게 또 그렇게 가벼이 여길 품사가 아니다. 조사 하나 들어가고 빠지는 데 따라 얼마나 큰일이 벌어지는지는 아래 보기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 경제가 심각한 부진에 빠진 가운데 투자 부진도 심각해 3분기 건설투자는 전분기 대비 6.4%로 감소했다.’

실제로 저렇다면 정말 큰일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조사 하나를 잘못 썼을 뿐. 즉, ‘6.4% 감소’를 ‘6.4%로 감소’로 쓰는 바람에 빚어진 오류다.

<자동차는 휘청, 기업 투자는 20년만 최악>이라는 어느 신문 사설 제목 역시 조사를 잘못 쓰는 바람에 전혀 다른 뜻이 되고 만 예다. ‘20년만’이 ‘20년 만에’라야 했던 것. 여기서 ‘만’은 의존명사인데 한정을 뜻하는 조사로 잘못 쓴 것. 그 때문에 기업 투자가 최악인 기간이 ‘20년 동안만’이라는 뜻이 되고 말았다.

‘김삼화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해당 화재 사건은 ‘배터리 충전량을 8~85%로 조절하면서’ 발생했다고 28일 밝혔다.’

여기서는 ‘으로부터’라는 조사가 부드럽잖다. 물론 이런 ‘(격)조사+(보)조사’ 결합이 우리말에서 없진 않다. 다만, 입말에서 ‘(으)로부터’를 거의 쓰지 않는 걸 보면, 그렇게 권장할 말은 아니라는 것. 실제 대화를 보자.

김가나: 어! 그 시계 멋있다. 어디서 난 거냐?

이다라: 응, 멋있지!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거야.

저기서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은 ‘할아버지한테서 물려받은’이 부드럽고 ‘할아버지께서 물려주신’이 훨씬 더 자연스럽다. 말을 하듯이 글을 쓰라는 얘기는, 입말처럼 쓰는 게 더 부드럽기도 하거니와, 글도 짧아지기 때문에 ‘언어의 경제성’으로 보아도 설득력이 있다. 그러니,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은 ‘한전에서 제출받은/한전이 제출한’이라야 입말스러운 것. 참고로, 국립국어원은 ‘온라인 가나다’ 답변(2018. 4. 9.)에서 이렇게 고쳐 보인다.

*이것은 세잔이 그리는 인물들이 마치 다른 종의 생물로부터 보여진 것처럼 낯설게 나타나는 이유이다.

→다른 종의 생물에서 보이는(낯설게 나타나는) 것처럼 세잔이 그리는 인물들 역시 낯설게 나타난다. jinwoni@busan.com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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