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문화간섭] “TV에 출연했어요!”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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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문화라이프부 공연예술팀장

유재석 조세호가 무작정 거리에서 사람들에게 퀴즈를 내고 정답을 맞추면 100만 원의 상금을 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tvN에서 매주 화요일 오후 11시에 방송하는 ‘뉴 키즈 온 더 블럭’이다. 이 프로그램은 여러모로 기존 퀴즈프로그램과 많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TV 퀴즈프로그램은 연예인들이 팀을 구성해 퀴즈대결을 펼치거나 일반인들이 출연해 지식 대결을 하는 형태이다. 구성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끝까지 살아남은 팀, 개인이 상금을 차지하는 식이다.

그런데 ‘뉴 키즈 온 더 블럭’은 퀴즈프로그램이라지만, 정작 퀴즈를 푸는 것이 주요 내용이 아닌 것 같다. 진행자인 유재석과 조세호는 거리에서 만난 보통 사람들에게 어떻게 사는지를 묻는다.

그렇게 즉석에서 섭외된 일반인은 목욕탕에서 볼 수 있는 작은 의자(?)에 줄줄이 앉아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눈다. 주어진 상황도, 대본도 없이 진행되는 거리 토크쇼는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운 잔잔한 감동이 넘쳐난다.

초등학생부터 80대 어르신까지 출연자는 나이도 직업도 그 어떤 제한도 없다. 초등학생의 해맑은 수다부터 독서실로 향하는 고등학생들, 취업을 준비하며 불안한 현재를 열심히 사는 젊은이들, 지난 인생이 고단했지만 자식들 다 키웠고 지금도 일할 수 있는 것이 행복하다는 어르신의 소박한 회고까지 참 다양하다.

특히 한 문제를 맞히면 100만원을 준다는 말에 “나는 그런 일확천금의 행운을 바라지 않는다”며 그냥 오늘 유명한 사람 만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어르신이 기억에 남는다. 100만원은 너무 큰 돈이니 퀴즈를 맞혀도 5만원만 주면 된다는 초등학생의 귀여운 대답도 있었다.

이번 주에 부산을 찾아온 유재석, 조세호가 만난 영도 깡깡이마을 할머니들의 인생 이야기도 뭉클했다.

그렇게 이 프로그램은 특별하지 않지만 묵묵히 일상을 사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큰 울림을 주는지 잘 보여준다. 유명한 연예인이 초대손님으로 나오지도 않고 특별한 미션을 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요즘 방송계 PD들에게서 주어진 대본 없이 즉석으로 거리에서 일반인과 촬영하는 프로그램을 기피하는 연예인들이 많아 섭외하는데 골치가 아프다는 푸념을 들은 적이 있다. 아마도 10대초반부터 학교도 가지 않고 연습생으로 살아온 연예인들이 늘어나며 보통 사람들의 삶을 공감하는데 어려움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이런 점에서 진행자 유재석은 누구나 즐겁게 부대끼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끌어내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진행자로서 가진 큰 장점이자 그가 오래도록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는 비결일 듯 싶다.

teresa@busan.com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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