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사각지대 ‘경계성 지능장애 여성’ 보호책 급하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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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살 수준 지능을 가진 지적 장애 여아(당시 만 13세)가 성인 남성들에게 성폭행을 당했지만 남성들이 사 준 떡볶이와 치킨 등이 ‘대가’로 인정돼 법원이 성매매로 처리한 사건이 있었다. 국민의 공분을 산 이른바 ‘떡볶이’ 화대 사건이다.

지능지수(IQ) 70~85 사이의 평균 이하 지능을 가진 경계성 지능장애 여성은 청소년기부터 성폭력과 성매매 피해에 노출되기 쉽고, 이 같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경계성 지능장애를 제도적 지원 대상으로 포함해 맞춤형 상시 지원과 피해보호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부산여가원 성범죄 예방책 연구

범죄 연루·착취 당할 가능성 커

제도적 지원 포함 법적 근거 필요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은 21일 이와 같은 내용의 ‘경계성 지능장애 여성의 성폭력·성매매 피해 예방방안’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피해 여성과 부모, 피해여성 보호나 권익옹호·의료·특수교육 지원기관의 현장 전문가 등 33명이 심층면접에 참가했다.

현장 전문가들은 경계성 지능장애를 가진 경우 사회적, 관계적 부적응으로 학대와 폭력에 노출되기 쉽고, 범죄와 연계돼 타인에게 착취당하는 구조에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피해 여성은 겉보기에 일반인과 다르지 않은 점이 악용돼 성폭력·성매매 피해에 노출되기 쉬웠다.

면접조사를 통해 드러난 피해 사례에서는 청소년 시절에 또래 집단의 왕따나 따돌림으로 외로움을 느끼다가 랜덤채팅앱을 접하게 되고, 그루밍을 거쳐 성폭력 또는 미성년자 성매매로 이어지는 식의 유사한 유형이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마음을 의지할 사회적인 관계나 경제적인 자립이 어려운 상황이 피해를 더욱 부추긴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피해 여성이 이 관계를 사랑이라고 왜곡해서 인식하면서 피해가 반복되면서 지속되고 있다.

연구는 경계성 지능으로 인해 인지적, 사회적, 관계적 능력에 결손이 발생하고 일상적이고 상식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다면 이들을 위한 사회적인 안전망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서는 경계성 지능을 제도적 지원 대상으로 포함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우선 요구됐다.

아동기부터 성폭력·성매매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연령대별로 사회적응과 관계형성을 돕는 맞춤형 상담이나 교육, 직업훈련 등 상시적인 지원체계도 필요하다. 표준검사도구 기발이나 특수교육 확대와 함께 경계성 지능장애에 대한 부모의 인식을 개선하는 교육도 중요하다.

이에 더해 피해가 발생한 경우 의료지원을 추가한 피해보호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온라인 전문가 협력망을 통해 신속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것도 대책으로 제시됐다.

홍미영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경계성 지능장애 여성의 성폭력·성매매 실태와 피해 예방에 연구는 그동안 한번도 다뤄지지 않았던 사각지대였다”면서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기 않기 위해서는 지원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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