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우주 개발, 저만치 달아난 미·중·일…한국은?
우주 정책의 장기적 비전, 일관된 리더십, 자율성 확보가 관건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몸살을 앓는 와중에도 우주 개발 경쟁은 치열하다. 반세기 전에 달 탐사를 시작한 미국은 민간 주도의 우주 개발 시대로 훌쩍 나아갔고, 중국 역시 근년에 들어 잇단 달 탐사 성과를 거두며 미국을 바싹 뒤쫓는 형국이다. 일본도 최근 소행성 탐사 분야에서 독보적 성취를 보탰다. 우주 개발 시대, 미·중·일은 저만치 달아나는데 한국은 어디에 있는가.
중국 국가항천국이 밝힌 무인 달 탐사선 창어 5호의 작업 장면. 연합뉴스
■ 중국의 거센 ‘우주 굴기’
중국의 야심은 “미국을 넘어 서겠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 2003년 신화 속 달의 여신 이름을 딴 달 탐사 프로젝트 ‘창어(嫦娥)’가 있다. 2007년 달 궤도에 진입한 창어 1호를 시작으로, 2010년 창어 2호, 2013년 창어 3호, 2019년 창어 4호를 잇달아 발사했다. 창어 4호는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지난 1일에는 창어 5호가 달의 흙과 암석 샘플을 채취했다. 냉전 시대의 미국과 소련에 이은 세 번째 쾌거다. 창어 5호가 안착한 달의 북서부 ‘폭풍우의 바다’는 인류가 탐사한 적 없는 곳이다. 올해 7월에도 화성탐사선 톈원(天問) 1호를 쏘아 올린 중국이다. 중국의 포부는 2025년 달의 남극에 연구기지를 건설하고 최종적으로는 2030년께 사람이 거주하는 유인 기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미국 민간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 로켓 발사를 앞두고 케네디우주센터에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손을 흔드는 우주 비행사들. AP연합
■ 미국, 민간 주도 시대 활짝
미국도 자극받았다. 아폴로 14호를 끝으로 달 탐사가 중단된 지 45년 만인 2017년, 유인 달 탐사 재개 계획이 발표된다. 제2의 달 착륙 계획인 이른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다. 최초의 여성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키고 우주정거장을 짓는다는 내용인데, 중국을 의식해서인지 목표 시점을 당초 2028년에서 2024년으로 앞당겼다.
미국은 이미 반세기 전 달에 사람을 보낸 우주 강국이다. 이제 개발 주체를 민간으로 확장해 ‘인류의 화성 이주’를 꿈꾼다. 지난 6월 최초의 민간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이 발사된 데 이어 지난달 17일 민간 우주선 리질리언스를 타고 간 4명의 우주인이 국제우주정거장에 도착해 6개월간의 임무를 시작했다. 유인 우주여행의 모델을 만들어가는 과정인데, 정부가 고난도 첨단 기술을 민간에 적극 이양한 게 눈에 띄는 대목이다. “2026년 인류를 화성에 데려가고, 궁극적으로는 2050년까지 100만 명을 화성으로 이주시키는 게 목표다.”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의 말이다. 머지않아 우주여행 초청장을 받는 영화 같은 날이 찾아 올까.
일본 JAXA가 지난 6일(현지시간) 호주 남부 사막에 착륙한 우주 탐사선 '하야부사2'의 시료 캡슐을 회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 일본, 소행성 탐사에 독보적
지난 6일에는 또 다른 소식으로 지구촌이 들썩거렸다. 일본 탐사선이 소행성의 흙을 캡슐에 담아 지구로 보내는 데 성공했다. 탐사선 ‘하야부사2’가 ‘류구’라는 소행성을 6년간 탐사한 결과다. 소행성 지표면 아래의 물질을 채취해 지구로 보내 온 건 사상 처음이다. 샘플 무게는 0.1g에 불과하지만 태양계 생성 초기의 성분을 그대로 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소행성에 집중하는 일본의 탐사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중에 뒤지긴 하지만 일본의 우주개발 역사는 만만찮다. 2003년 출범한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설립 첫 해 하야부사1을 쏘아 올린 데 이어 2006년 태양 탐사선을, 2007년 무인 달 탐사선을 발사했다. 2010년에는 금성 궤도 탐사선과 태양광 비행선도 보냈다. 일본 우주탐사의 중심에는 다네가시마 우주센터가 있다. 이곳의 대형 로켓 발사 성공률은 98%에 이를 정도다. 2012년 우리나라 아리랑 3호 위성도 여기서 발사됐다. 다만, 로켓에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의 로고가 선명했으니, 불편한 기억이다.
■ "우주 공간을 선점하라"
미·중·일이 앞다퉈 우주로 달려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미래 우주경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냉전 시절 달 탐사 경쟁은 ‘문 레이스(moon race)’로 불렸다. 이제 옛 소련의 자리를 중국이 대신해 레이스에 나선 형국이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로 우주 공간 선점에 잰걸음을 내고 있는 미국은 올 한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190억 달러, 우리 돈 약 23조 원을 투입했다. 중국은 지구와 달 사이에 교통 시스템 등을 구축해 2050년까지 연간 10조 달러의 시장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일본의 우주 개발에 대해서는 우려 섞인 시선이 없지 않다. 일본은 2008년 ‘우주기본법’을 만들어 ‘자위권 범위 안에서 우주의 군사적 이용’을 허용했다. 평화적 목적의 우주과학 범위를 군사 용도로 확장한 것이다. 지난 5월의 아베 정부는 항공자위대 산하 ‘우주작전대’ 창설 계획도 발표했다. 미국의 아시아 군사전략이라는 큰 틀 아래 중국에 대한 우주 방어기술 개발을 겨냥한 듯하다. 북한이 “우주를 전쟁 무대로 삼느냐”고 비난한 이유다.
지난 2018년 11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엔진 성능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연합뉴스
■ 우주 강국? 갈 길 먼 한국
미·중·일의 잇단 쾌거를 바라보는 우리의 심사는 편치 못하다. 독자적인 우주개발 역량을 보유한 나라라면 보통 세 가지 하드웨어 기술을 순차적으로 갖는다. 우주로 물체를 쏘아 올리는 발사체, 일정 궤도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인공위성, 달·화성·소행성 등 더 넓은 우주로 나가는 우주탐사선이 그것이다. 우리나라 국가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도 대체로 이런 순서에 따른다.
안타깝게도 우린 아직 태양계 탐사 위성을 만들지 못했다. 우리 위성은 대부분 저궤도·정지궤도에 있는 실용 위성과 지구 관측용 위성이다. 발사체 개발 수준은 상대적으로 더 미약하다.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 중인 한국형 발사체가 누리호다. 2018년 엔진 성능을 검증하는 시험발사에 성공했지만, 공식 발사는 2021년 이후를 기다려야 한다. 달 궤도선 발사 계획도 2022년으로 미뤄졌다. 발사체와 위성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핵심 부품인데, 국산화율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 장기적 비전·일관된 추진력 절실
이런 와중에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원장의 직원 폭행 문제가 불거졌다. 항우연은 우리나라 항공·우주 과학기술 탐구와 개발을 주도하는 곳이다. 국정감사 및 재감사 끝에 정부가 내놓은 원장 해임 요구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마당에 이는 과한 처분이라는 비판이 충돌했다. 일각에서는 누리호로 대표되는 발사체 분야와 민간 주도 개발을 희망하는 다른 분야의 마찰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모두가 합심해도 모자랄 판에 우주 정책마저 내부 갈등에 흔들려서야 될 일인가. 일본은 다네가시마 우주센터를 중심으로 50년 이상 변함없는 기술 개발 방향을 견지해 왔다. 우리도 장기적 비전, 리더의 일관된 리더십, 기관의 자율성 확보, 이런 상식이 지켜져야 한다. 우주 탐사는 단순한 경제·군사적 측면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위한 일이다. 서둘러 하늘로, 우주로 나아가야 할 때다.
김건수 논설위원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