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기면 못 즐기지 야들야들 양곱창”-문양곱창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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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 연육제 사용하지 않고 파인애플로 고기 부드럽게 해
밀양 농장서 키운채소로 밑반찬 조리, 숯불향 어울려 고소하고 깔끔

부산 해운대구 ‘문양곱창’의 이정희(64)-선희(67) 씨 자매는 어릴 때부터 식당 일에 익숙했다. 어머니는 ‘할매집’이라는 선짓국 식당을 오랫동안 운영했고 작은집에서는 인근에서 양곱창 장사를 한 덕분이었다.

양곱창 식당에 먼저 뛰어든 사람은 정희 씨였다. 30년 전 해운대구 달맞이고개에서 양곱창 식당을 3년 정도 운영했다. 하지만 힘이 부친데다 자식들 뒷바라지를 하느라 식당 문을 닫아야 했다.


문양곱창의 모둠구이가 맛있게 익어가고 있다. 문양곱창의 모둠구이가 맛있게 익어가고 있다.

정희 씨가 다시 식당 일에 뛰어든 것은 자식들이 다 자란 다음 동래구 온천장과 수영에서 이른바 ‘코너식’으로 조그마한 가게를 연 게 계기였다. 나중에는 해물철판구이(문데판)와 초밥(문스시) 가게를 차린 사위를 도와주게 됐다.

사위의 두 식당이 정상궤도에 올라서자 정희 씨는 옛날에 접었던 양곱창 가게를 다시 열기로 했다. 이번에는 언니와 의기투합해 함께 가게를 꾸리기로 했다. 두 사람이 자리를 잡은 곳은 해운대 신시가지였다.

문양곱창의 메뉴는 ‘홍백’이다. 홍은 양념구이, 백은 소금구이라고 보면 된다. 구포에서 가공한 경주 안강 산 부산물을 받아온다. 물론 100% 국산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국산은 생산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산 대창은 자르면 매우 작아 보인다. 외국산은 커 보인다. 하지만 맛은 국산이 훨씬 낫다는 게 문 씨 자매의 설명이다.


양은 소의 위다. 양에는 지방질이 적어 맛이 담백하다. 단백질이 많아 옛날부터 허약한 사람이나 회복기의 환자에게 많이 먹였다. 곱창은 소의 작은창자인 소창, 대창은 큰창자다. 대창은 일종의 동물성 기름이어서 부드럽고 고소한 곱이 많다. 곱창은 섬유질이 많아 다소 질길 수도 있다.

문양곱창에서는 합성 연육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천연재료인 파인애플을 써서 양과 곱창을 연하게 만든다. 정희 씨는 “30년 전에 처음 장사를 할 때에도 파인애플을 사용했다. 합성 연육제에는 몸에 해로운 성분이 많다”고 말했다.

먼저 파인애플에 소주를 섞어 갈아둔다. 양과 곱창을 잘 손질해 두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파인애플 연육제를 섞어 고기를 부드럽게 만든다. 이때 파인애플 양을 잘 조절해야 한다. 너무 많이 넣으면 고기가 흐물흐물해진다.


문양곱창의 모둠구이 홍 한 접시. 문양곱창의 모둠구이 홍 한 접시.

양념구이에 사용하는 양념의 기본은 경남 밀양의 농장에서 생산한 매실로 만든 진액이다. 여기에 마늘, 생강, 간장, 설탕, 소주, 후추와 양파 등 채소를 섞은 다음 4도 이하의 냉장고에 넣어 보름 정도 숙성시킨다. 숙성 단계에 따라 양념 맛은 달라진다.

식탁에 양, 염통, 막창, 대창 모둠구이가 올라왔다. 머위, 죽순, 돼지감자에 식초, 설탕, 간장을 넣어 만든 절임과 백김치가 밑반찬이다. 모두 밀양의 농장에서 생산한 채소로 만든 것이다.


백김치와 머위, 죽순, 돼지감자 절임. 백김치와 머위, 죽순, 돼지감자 절임.

고기를 찍어먹는 소스는 두 가지다. 양념구이에 쓰는 양념으로 만든 소스와 채소, 감초 등을 삶아서 육수를 낸 뒤 간장, 설탕, 녹말가루 등을 넣은 소스다.

양념구이의 양념 맛은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았다. 파인애플 연육제 덕분에 고기는 전혀 질기지 않고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웠다. 씹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대창의 기름 향과 숯불 향은 절묘하게 어울려 매우 고소했다. 느끼한 맛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소금, 마늘, 참기름, 후추로 양념한 모둠구이 백. 소금, 마늘, 참기름, 후추로 양념한 모둠구이 백.

소금, 마늘, 참기름, 후추 양념을 바른 막창(홍창)은 질기지도 않았고 노린내가 나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부드럽고 담백했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깨끗하고 산뜻한 맛이었다.

소금구이는 소금, 마늘, 참기름, 후추로 간을 한다. 원래는 프라이팬에 미리 구워서 나온다. 양념을 빼고 먹으니 고기가 신선하고 자체의 맛이 좋다는 걸 금세 알 수 있었다. 물론 누린내나 다른 잡냄새도 나지 않았다.

△문양곱창/특양 2만 8000원(200g), 대창 2만 3000원(200g), 홍창 2만 2000원(200g), 모둠구이 6만 5000원(500g). 곱창전골(소창) 2만 5000~3만 5000원.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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