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 한길… ‘포스트 코로나’ 채비 착착
부산의료원
코로나19 PCR 검사를 담당하는 부산의료원 분자진단검사실 내부 모습.부산의료원 제공
우리나라 최초 서양식 병원인 관립제생의원으로 1876년 개원한 부산의료원이 올해로 145주년을 맞았다. 부산 연제구 연산동 현재의 위치로 이전한지 20년을 맞이하는 해이기도 하다.
부산의료원은 관립제생의원 시절부터 긴 세월동안 ‘공공의료’ 한길을 변함없이 걸어왔다. 메르스와 코로나19 등 신종 감염병으로 인한 긴급재난사태에도 지역거점 의료기관 역할을 떠맡으며 공공병원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
노환중 의료원장은 이달초 개원기념식 행사에서 “희생·봉사·노력으로 기나긴 코로나 사태를 잘 극복해 왔다”며 “묵묵히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감사를 전했다.
부산의료원은 코로나19 최전선에서 분투를 하고 있는 한편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호흡기센터 △호스피스병동 △장애친화 건강검진센터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스마트 전산시스템 구축 등의 중장기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코로나19 지역거점 의료기관
올 하반기 호흡기센터 설계 돌입
호스피스 전문기관 지정 준비
장애친화 검진기관 역할도 수행
개원 145주년 기념식. 부산의료원 제공
호흡기센터 조감도. 부산의료원 제공
■안심클리닉, 호흡기센터 구축 감염병 대응
부산의료원은 코로나19 이전에는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 위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대란을 겪으면서 공공 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이 빛을 발하게 됐다.
사실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비중은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많이 뒤쳐져 있다. OECD 국가의 평균 공공의료 비중은 10.3% 정도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체 의료기관 중에서 국공립병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5%로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공공의료 비중이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물 정도로 낮지만 국내 코로나19 감염환자의 80%를 맡고 있다. 부산의료원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이후 부산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환자 70% 가량이 이송돼 왔다. 7월 22일 기준으로 부산의료원은 코로나19 확진자 4991명을 진료했다.
현재 부산의료원은 코로나19 PCR검사를 담당하는 분자진단검사실과 선별검사소를 설치해 놓고 있다. 또 코로나19 환자는 아니지만 호흡기 증상이 있는 환자가 안심하고 진료받을 수 있는 안심클리닉을 별도로 운영 중이다.
특히 감염병 확산에 대비해 본관 건물과 분리된 별관에 호흡기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올 하반기에 설계에 들어간다. 이렇게 되면 음압입원실, 음압투석실, 음압중환자실을 포함해 최신 영상장비를 갖춘 상태에서 호흡기센터가 감염병 대응센터 기능을 하게 된다. 호흡기센터가 들어서면 본관은 일반환자를 위한 진료를 차질없이 수행할 수 있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위한 국가연구개발사업에도 참여한다. 서울성모병원과 함께 치료제와 백신 임상연구를 위해 2022년 12월까지 공동 연구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호스피스완화의료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죽음에 대한 존엄을 실현하기 위해 ‘호스피스 전문의료기관 지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존에 운영해 오던 호스피스 완화의료 서비스 기능을 강화하고 추가 공간확보를 요청한 상태다. 올 하반기에 보건복지부의 ‘지방의료원 기능특성화 사업’에 선정되면 현재 건강증진센터 건물 두개 층에 20병상을 확보할 수 있다. 또 호스피스 전문 의사 3명과 간호사 20명, 사회복지사 1명이 팀을 이뤄 치료 및 심리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환자와 보호자의 생활안정과 간병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되기 전에는 114병상을 운영했는데 2024년까지 허가병상 대비 63%인 총 345병상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장애친화 건강검진 및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장애친화 건강검진은 장애인의 검사 비율을 높이기 위한 사업이다. 건강위험요인과 질병을 조기 발견해 치료를 받음으로써 장애인의 건강 불평등 완화 및 장애인의 건강한 삶 도모를 목표로 하고 있다.
부산의료원 건강증진센터는 지난 2019년 3월 보건복지부에 사업 공모신청서 제출을 시작으로 현장 점검을 거친 후 같은 해 6월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으로 선정됐다. 장애인이 불편함 없이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장애 친화적인 시설과 장비 그리고 인력을 갖추기 위해 관련 종사자 교육을 이수하는 등 사업진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잠시 중단됐지만 최근에 편의시설을 대거 확충하면서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동식 전동 리프트, 특수 휠체어, 영상확대 비디오, 점자 프린터 등 필수장비를 도입하고 장애인 탈의실, 주출입구 단차제거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야간에 주취자가 응급실에 오게 되면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들이 벌어진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부산시, 부산경찰청과 협력하여 주취자 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응급의료센터에 주취환자가 내원할 경우 본관 응급실에서 1차 진료 후 주취자 보호 병상으로 이동시켜 보호조치 된다. 주취자 응급의료지원을 위해 응급의학과 전문의, 간호사 등의 의료인력이 투입되며, 안전 확보를 위해 24시간 상주하는 전담 경찰관이 배치된다. 지난 4월부터 일반환자와 분리된 3병상을 확보하기 위해 공사중이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