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수요 커지는데 ‘시간제 돌봄전담사’ 족쇄 언제까지…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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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전담사 전일제 요구 파업 왜?

지난해 부산의 한 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돌봄전담사가 학생 발열체크를 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지난해 부산의 한 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돌봄전담사가 학생 발열체크를 하고 있다. 부산일보DB

부산의 한 초등학교 돌봄전담사 A 씨는 지난 방학 때 돌봄교실을 떠올리며 고단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A 씨의 출근 시간은 오전 9시지만 30분 전에 학교에 도착해야만 했다. 일부 부모들은 이미 오전 8시부터 자녀를 돌봄교실에 맡기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30분 동안은 ‘공짜노동’을 해야만 하는 처지였다. 이어 A 씨는 오후 3시까지 앉을 의자도 없이 학생들을 꼬박 돌봐야만 했다.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더라도 돌봄전담사의 근무 시간이 제각각이다 보니, 일부 합반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빈번했다. A 씨는 “이럴 경우 코로나19 유행이 심각할 때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8시간 전일제로 서비스 향상 요구

부산시교육청 “수요 적다” 주저

돌봄전담사 B 씨는 “현행 근무 시간으로는 아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 놀이 프로그램 준비 시간, 학부모와의 소통 시간, 행정업무 시간, 간식정리 시간 등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다른 업무는 제쳐두고 아이들에게만 계속 집중하다 보면 화장실 갈 여유도 없다는 것. 학생들을 돌본다고 미뤘던 온갖 행정업무도 마무리를 해야한다. 초등전담사 업무 내용을 보면 학생 돌봄 외에도 각종 교육 계획안 작성을 비롯해 문서 기안과 결재, 학부모 상담·협의, 교실 소독·방역 등 매우 다양하다. 결국 지금처럼 돌봄교실이 계속 운영된다면 돌봄전담사들이 ‘압축노동’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게 B 씨의 주장이다.

지난 19일 초등 돌봄전담사들이 총파업을 결의하고 ‘8시간 전일제’를 요구(부산일보 11월 22일 자 8면 보도)하는 이유들이다. 이들은 현행 시간제로 묶어 놓은 돌봄전담사의 노동을 ‘공짜노동’ ‘압축노동’으로 규정하고, 돌봄시간을 연장해야만 돌봄 서비스의 질도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11월 5000여 명이 참여한 돌봄 총파업 이후 교육부는 올해 8월 초등돌봄교실 질 개선과 돌봄업무 체계화를 위한 ‘초등돌봄교실 운영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개선 방안에는 적정근무시간을 돌봄운영시간 6시간에다 행정업무 1~2시간을 더했고, 시간확대에 필요한 인건비를 내년도 총액인건비에 반영해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교육부가 사실상 돌봄시간을 연장하면, 인건비 지원까지 나서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그럼에도 전국의 17개 시·도교육청 중 부산시교육청을 비롯한 14곳은 교육부의 돌봄 상시전일제 전환 지침 이행을 주저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의 경우 장시간 돌봄을 원하는 수요가 많지 않다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교육당국이 행정편의주에 젖어 현행대로 돌봄 근무 시간제를 고수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돌봄전담사 C 씨는 “돌봄교실 때문에 오랫동안 학교를 열어놨다가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관리자 책임이기에 돌봄교실 연장을 주저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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