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돌발홍수·산사태’ 한국도 안심할 상황 아냐…비슷한 재난 대비해야”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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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 다르지만 단기간 좁은 지형에 막대한 수량·토사 집중”
“하류 덮치는 재해 메커니즘 자체는 한국서도 충분히 재현”

지난 27일 네팔 홍수로 인해 집들이 진흙에 잠긴 모습(항공사진). AFP 연합뉴스 지난 27일 네팔 홍수로 인해 집들이 진흙에 잠긴 모습(항공사진). AFP 연합뉴스

‘네팔 돌발홍수·산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한국도 이와 비슷한 재난에 선제적·예방적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28일 한국사이언스미디어센터(SMCK)에 올린 ‘네팔 돌발홍수와 산사태’ 관련한 전문가 의견을 통해 “우리나라는 빙하가 없어 이번 네팔 사태와 같은 ‘빙하호 붕괴형 재난’이 직접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이를 근거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짚었다.

최 교수는 “원인은 다르지만 짧은 시간에 좁은 지형으로 막대한 수량과 토사가 집중돼 하류를 덮치는 재해 메커니즘 자체는 한국에서도 충분히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 26일 오후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북쪽으로 120km 떨어진 북부 국경지대 라수와 지역과 티베트 자치구에서 대형 돌발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범람과 산사태로 한국인 실종자를 포함해 1000명 이상의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했으며, 현재 구조·수색이 계속 진행 중이다. 일부 초기 조사 결과에서, 이번 산사태와 홍수가 고지대에 위치하던 빙하가 쏟아져내리며 발생한 얼음사태에 의해 촉발됐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최 교수는 ‘(네팔에서처럼) 한국에서도 향후 대형 홍수나 산사태가 발생할 위험이 있을까. 그렇다면 예방을 위해 준비할 부분은 무엇일까’라는 질문 대한 전문가 의견을 제시했다.

최 교수는 “한국은 최근 몇 년간 국지성 집중호우와 극한강우의 빈도·강도가 뚜렷이 늘어나면서 산지와 계곡부의 급경사지 붕괴, 돌발홍수 위험은 이미 국내에서도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거제 산사태를 비롯해 2020년 이후 반복된 여름철 시간당 100mm 이상의 극한호우와 이에 따른 산사태·계곡부 침수 피해는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특히 위험도가 높은 지점’을 세가지로 요약했는데, 협곡형 계곡 지형에 위치한 소규모 마을과 펜션·야영지를 우선적으로 꼽았다. 이곳은 평상시에는 경관이 뛰어나 관광지로 개발되지만 집중호우 시 상류의 수위 변화가 몇 분 만에 하류에 도달하는 구조적 취약성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산지 인접 대규모 건설현장이 꼽혔다. 이번 네팔 사고처럼 계곡부에 위치한 수력발전소·도로·터널 공사 현장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만큼 재해 발생 시 고립과 통신 두절의 위험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27일 네팔 시아프루 베시에서 홍수와 산사태로 발생한 파괴 현장(위성 사진). AP 연합뉴스 27일 네팔 시아프루 베시에서 홍수와 산사태로 발생한 파괴 현장(위성 사진). AP 연합뉴스

산사태 위험지구로 지정됐으나 정비가 미뤄진 노후 사면도 주의해야 할 지점으로 지목됐다. 기후위기로 강우 패턴이 변화하는 속도가 기존 위험지구 지정 및 정비 계획의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돌발홍수와 산사태 예방을 위해 준비할 부분으로 △조기경보체계 구축 △별도의 안전관리 기준 마련 △현재의 강우 패턴 변화 속도에 맞춘 산사태 위험지구 지정과 정비계획 재평가 △분산형 임시 대피 캡슐 설치 등을 제안했다.

최 교수는 “계곡·급경사지 인접 시설에 대한 조기경보체계를 실질적으로 작동시켜야 한다”며 “경보 발령 이후 대피까지의 절차를 정례적으로 훈련하는 것이 장비 구축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상류 강우량과 수위를 실시간으로 계측해 하류 시설에 자동으로 경보를 전달하는 체계는 이미 일부 구축돼 있으나 실제 재난 상황에서 경보가 주민의 대피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반복돼 왔다.

최 교수는 또 “산악·계곡 지형에 위치한 건설현장에 대해서는 통신 두절 상황을 전제로 한 별도의 안전관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번 네팔 사고에서 드러났듯 재해 발생 시 가장 먼저 끊기는 것이 통신이다. 위성통신 등 지형에 구애받지 않는 비상연락 수단을 상시 확보하고 정기적인 통신 두절 대응 훈련을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기존의 산사태 위험지구 지정과 정비계획을 현재의 강우 패턴 변화 속도에 맞추어 재평가해야 한다”며 “과거 강우 통계를 기준으로 설정된 위험도 등급이 최근의 극한강우 빈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 정비 우선순위 자체를 다시 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분산형 임시 대피 캡슐을 계곡 요소요소에 미리 설치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대피소까지 이동할 시간이 없는 돌발재해 특성상 마을에서 도보 1~2분 거리마다 소형 방수·내충격 캡슐형 대피 구조물을 지형이 높은 지점에 분산 배치하면 대피로 확보가 어려운 초기 구조가 될 때까지 몇 분간을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지역 주민의 경험적 지식을 방재 자료로 축적하는 체계 구축 △건설현장에 자동 이탈형 부표 추적기 도입 △ 재해 이후 지형 기억 지도를 디지털로 남기는 방안 △국경을 넘는 실시간 데이터 공유 협정 등이 예방책으로 제시됐다.

최 교수는 “이번 네팔 사태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재해의 발생 원인이 다르더라도 ‘좁은 지형에 재난이 집중되는 구조적 취약성과 그로 인한 대응 시간의 부족’이라는 문제는 공통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라며 “예방의 핵심은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는 것 못지않게 이미 갖춰진 체계가 실제 위기 상황에서 작동하도록 훈련하고 점검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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