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범죄와 전쟁'不安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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治安 불신對국민 약속 6개월 돼도 强力犯 활개 시국사범 치중·수사력 허술'民生'구멍경찰 잡무 과중 사기 저하도 문제… 공신력 회복에 획기적 대책을범죄 소탕 약속 무색

"공동체를 파괴하는 범죄와 폭력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며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동원, 이를 소탕해 나가겠습니다."

盧泰愚대통령은 지난해 10월13일 ''새 질서 새 생활 실천운동''에 전국민의 동참을 호소한 ?국민연설을 통해 역사상 처음으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盧대통령은 이날 "검찰과 경찰력을 동원, 조직폭력배와 강력범 마약조직을 단기간 내에 소탕하고 인륜을 저버린 가정파괴범, 인신매매범과 유괴범도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하겠다"며 "우리 사회가 겪어온 전환기적 상황을 매듭짓고 ''범죄의 두려움이 없는 사회'' ''질서 있는 사회''를 이루는 데 온 국민과 사회 각계각층의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한다"고 말했다.

''범죄와의 전쟁'' 선포 및 그에 따른 관련부처들의 후속조치에 대한 많은 논란 속에 어느 새 6개월이 지난 지금 盧대통령의 ?국민약속이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가. 국민들은 과연 ''범죄의 두려움이없는 사회'' 속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는가.

여기에 대해 대부분의 국민들은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범죄와의 전쟁'' 선언 이후 폭력 절도 등 단순 범죄는 눈에 띄게 줄고 있으나 강도 살인 등 강력사건은 여전히 속출, ''민생치안 불안''은 상대적으로 가중돼 치안불신 지경에 이르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이다.

더욱이 ''범죄와의 전쟁''에 편승, 사회 전반에 걸쳐 강성 분위기가 팽배하면서 공권력의 집행이 강화되는 바람에 종래 불구속 수사를 해오던 사소한 생활사범마저 구속시키는가 하면 툭하면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하는 등 인권침해 사례까지 잇따라 국민들의 공권력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는 부작용을 빚기도 했다.

''범죄와의 전쟁'' 이후에도 2건이나 또 발생한 ''華城부녀자 연쇄살해사건''은 치안 부재의 현 주소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지난 86년 9월19일 하오 2시께 京畿 華城군 台安읍 安寧리 39 풀밭에서 李完任노파가 하의가 벗겨진 채 목졸려 숨진 채 발견된 것을 시발로 86년 4명, 87년 2명, 88년 2명, 90년 1명, 91년 1명 등 4년 7개월 새 모두 10명의 부녀자가 華城군 관내에서 성폭행을 당한 후 연쇄 살해됐으나 경찰은''버스 지나간 뒤 손들기''식 수사로 번번이 허탕을 쳐왔다.

특히 지난 90년 11월 16일 상오 9시8분께 台安읍 ?店5리 석재공장 뒤 야산에서 흉기로 난자당하고 목졸려 숨진 채 발견된 여중생 金美淨양(14)과 지난 4일 상오 9시30분께 東면 盤松리 599께 야산에서 하의가 벗겨지고 목이 스카프로 졸린 채 발견된 權順相노파(69)는''범죄와의 전쟁'' 이후 5개월만에 잇따라 사고를 당해 華城군 주민들의 분노와 공포는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86년 1차사건 발생 이래 지난해 9차사건까지 연인원 18만7천여명의 수사인력을 동원, 용의자 3천여명을 대상으로 수사를 폈으나 현재 재판에 계류 중인 8번째 살인사건의 범인 尹城汝씨 (22)를 검거하는 데 그치고 나머지 사건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단서 조차 잡지 못했다.



흉악사건 잇따라

경찰이 9차사건의 범인으로 단정한 尹모군(19)은 현장검증과 변호사 접견에서 경찰의 가혹 행위 때문에 허위자백했다고 밝힌 데 이어 검찰이 曰本에 의뢰한 유전자지문감식 결과, 범인과 동일인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범인 조작 의혹마저 받았다.

또 지난 87,88년에도 경찰이 강압수사에 의한 자백만으로 洪모씨44) 와 文모씨(24)를 각각 범인으로 발표했다가 ''인권유린 수사''라는 비난을 받는 등 경찰의 신뢰성에 스스로 큰 상처를 냈다.

경찰은 9번째 살인사건 후 1개월 남짓 현장 주변 야간순찰을 실시하다 흐지부지 중단했으며 수사본부도 사실상 해체, 범인 추적을 거의 중단한 상태에서 또 10 번째 희생자를 내고 말았다.

결국 ''華城사건''은 예방치안은 뒷전이고 항상 사고가 난 뒤에야 허겁지겁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그나마 구태의연한 ''물량수사''와 단기적인 눈가림식 ''반짝 수사''로 범인의 뒤꽁무니조차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적이고 장기적인 수사체제의 확립과 ''끝까지 범인을 잡고 말겠다''는 공권력의 의지가 아쉬운 실정이다.

이 같은 검찰과 경찰의 허술한 수사력으로 말미암아 ''범죄와의 전쟁''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각종 흉악사건이 잇따라 발생, 국민의 불신을 증폭시켜왔다.

安東 3노파 방화살인사건(90년 10월18일), 공인회계사 林吉洙씨 피살사건(90년 10월31일) 楊平 일가족 4명 암매장 사건(90년 11월12일) 등 국민을 경악시킨 강력사건이 꼬리를 물고 있다.

''범죄와의 전쟁'' 이후 조직폭력배 등 전문범죄꾼들의 상당수가 은신 또는 잠적하면서 이들에 의한 범죄는 잠복성향을 보이는 반면 일반 서민을 상대로한 우발적인 강도 살인 등 흉악범죄는 예전과 비슷하거나 되레 늘고 있는 것이다. 부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지방의회 선거사범단속 및 대학가 시위진압 등 ''시국치안''에 경찰 인력이 집중 투입되면서 부산지역 곳곳에서 강도, 강간, 살인 등 강력사건이 잇따라 발생,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실정이다.

주택 밀집 지역인 東·西大新동의 경우 지난 한달여 동안 대낮 복면강도사건이 10여건이나 잇따라 발생했으나 경찰이 ''피해품이 경미하다''는 등의 이유로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아 주민들이 ''강도 공포증''에 걸려 대낮에도 바깥나들이를 삼가고 있다.



과잉수사 말썽 빚기도

이 지역주민들은 급기야 지난 달 30일 하오 8시 각 반별로 긴급 반상회를 열고 3세대 단위로 비상벨을 설치키로 결의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 경찰에 대한 불신을 강하게 드러냈다.

이처럼''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된 지 6개월이 지났으나 용두사미꼴로 변질되면서 각총 흉악 범죄가 끊이지 않자 치안력에 불신을 느끼며 가정집에 첨단 방범 기기를 설치하는 사례까지 부쩍 늘고 있다.

부산 釜山鎭구 草邑 지역 1백80 여 세대는 최근 무선기기 경비시스템을 설치, 초읍파출소 등과 연결해놓고 있으며 東萊구 溫泉동 南구 廣安동 등에도 마을단위 방범기기를 설치해 놓고 있다.

이처럼 경찰이 불신을 산 데는 ''민생치안''은 소홀히하면서 시국사범에 대해서는 불법연행 무단가택수색 등 과잉수사를 일삼는 것도 크게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달 28일 상오 3시50분께 부산 南部경찰서 문현4파출소 鄭모(31) 柳모순경(27)이 집시법위반혐의로 수배 중이던 影島구 청학2동 408의 6 李성현씨(54)의 아들 동일군(24. 東亞大 대학원 사학1) 을 잡기 위해 실탄을 장진한 권총올 빼들고 李씨 집 옥상과 인근 골목을 뒤졌다.

치안본부가 오는 7월 경찰청 발족을 앞두고 한국생산성본부에 의뢰, 지난해 4월부터 1년여에 걸쳐경찰관 직무 실태 및 의식설문조사 등을 거쳐 지난 8일 발표한 ''치안 실태조사와 대책''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전국 경찰관 2천20명 중 과반수가 넘는 54%가 경찰조직 본연의 임무는 ''국민 생활보호''라 답했고 32.2%가 ''공안유지''를 꼽았지만 현행 경찰기능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사회공안유지''에 편중돼 있다고 평가, ''민생치안''보다 ''시국치안''에 치중하고 있음을 자인했다.



시국치안에 치중

또 이 보고서에 의하면 민간인 조사대상 1천5백명 중 10.3% 인 1백55명이 90년 상반기에 범죄 피해를 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 경찰의 공식 범죄 피해 2.5%를 4배 이상 웃돌아 신고 안 된 범죄가 공식통계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와 함께 이 보고서는 지·파출소의 월 평균 문서 처리 건수가 3백건이 넘으며 지·파출소의 월 평균 귀가일수가 3∼5일에 불과하다고 지적, 격무를 덜기 위한 각종 보고서식의 간소화 및 교대 근무제 정착을 촉구했다.

''범죄와의 전쟁''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일선 경찰관들이 시국치안과 민생치안 ''폭주하는 민원업무에 시달려 매일같이 파김치가 되는 데다 수갑, 가스총, 타자기, 무선호출기 등의 장비를 개인 돈으로 구입하는 등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 사기가 극도로 위축돼 있다.

부산北部경찰서의 한 형사(45)는 "경찰이 공신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봉사와 희생정신으로 재무장,자기혁신에 힘써야 하며 정부에서도 민생치안에 주력할 수 있도록 경찰의 자율성을 제고하고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시민들도 경찰을 믿고 현행범 검거 및 탐문수사에 적극 협력해주는 ''시민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사회 전반의 도덕성 회복과 예방 치안 확립으로 범죄가 발붙이지 못하는 건강한 사회조 성이 시급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 경찰 시민 모두가 힘을 합치는 것이 선결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蔣芝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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