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문예 - 산문] '산에는 꽃이피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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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신문.방송을 비롯한 각종 매스컴에 오르내리며 사람들을 경악케 한 사건이 있었다.보험금 1천만원을 타내기 위해 계획적으로 자기 친자식의 손가락을 잘라낸 아버지가 그 사건의 주인공이다.이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된 이들은 하나같이 말했다.돈이 뭐기에,돈 1천만원이 뭐가 그리 대단해서 아들 손가락까지 잘라야 했냐고.그렇다.과연 돈 1천만원이 자신이 직접 10여년간을 키워온 아들의 손가락보다 가치가 있었을까.

요즘 우리는 IMF 구제금융하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실업률이 66년 이후 32년만에 최고치인 7.6%에 이르고 있고 실업자가 매달 12만명씩 늘어나고 있다.길거리나 역에서 웅크리고 밤을 새우는 이들이 허다하고 행여 무료로 배식하는 곳이라도 있으면 이곳저곳에서 모이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곤 한다.한마디로 물질적으로 빈곤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우리는 이럴 때일수록 정신적 빈곤마저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자신이 당장 소유한 것이 없다 하여 양심을 속이고 남의 것을 탐내고 편법으로 남보다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 들고,.

그런데 난 이런 어려운 시기에 꼭 한 번은 읽어봐야 할 책을 보게 되었다."무소유""서있는 사람들"등으로 이미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신 법정스님의 말씀을 엮은 "산에는 꽃이 피네"가 바로 그것이다.

새하얀 바탕위에 조그마한 꽃 한송이가 살며시 놓여있는 표지를 처음 본 느낌은 한마디로 "깨끗함"이었다.그리고 한 페이지,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그 깨끗함이 내 마음에 잔잔히 퍼지는 것 같았다.

혹 누군가가 이 책에 나타나 있는 스님의 말씀을 한 마디로 줄이라면 난 주저없이 "무소유"라고 답할 것이다.무소유.이 정신을 항상 지니고 생활을 하라는 것이다.그러나 이 말을 처음 들은 이들은 "요즘같은 때에 아무것도 안 가지고 어떻게 산단 말이야"하고 대부분 생각할지도 모른다.나 역시도 처음엔 이렇게 생각을 했다.특히 "돈"의 소유 정도에 따라 삶의 질조차도 달라질 수 있는 지금 시절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도저히 스님의 이 말씀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하지만 스님의 말씀을 한구절 한구절 읽어 나갈수록 이런 내 생각이 어리석었음을 깨달았다.스님이 말씀하시는 무소유라는 것은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 군색한 삶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자신을 부자유스럽게 하는 것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었다.

사실 우리는 이전에 비해 비교가 되지 않을만큼 풍족한 시대에 살고 있다.18세기에 있었던 산업혁명을 시작으로 줄기차게 지속된 기계문명의 발전은 지금껏 우리에게 많은 편익을 제공하였다.그리고 지금도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그 발전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하지만 우리는 정작 이렇게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정신적으로는 매우 궁핍한 삶을 살고 있다.바꾸어 말해 만족할 줄을 모르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지만 우리는 이미 편리한 물건 더미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만족할 줄을 모르고 더 편리한 것을 찾는다.때문에 이미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에 애착이 없고 또 그것들을 사용하면서 행복이나 고마움을 느끼지 못한다.게다가 우리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대량으로 생산하고 대량으로 소비하는 과정에서 자연을 너무나도 혹사시켰다.그 결과가 오늘날 생태계 이변,지구 온난화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이는 어찌보면 인간이 자연의 섭리를 깨뜨린 결과라 할 수도 있다.

이렇게 개인의 욕망을 채우기에만 급급해서 자연의 섭리마저 무시한 우리들에게 이 책에 나오는 법정스님의 일화는 우리를 너무도 부끄럽게 만든다.이 책에 따르면 한 번은 도쿄대학에 유학중이시던 스님께서 법정스님이 좋아하시는 촉이 가는 만년필을 사오신 적이 있었다고 한다.법정스님은 그 만년필을 고맙게 소중히 쓰셨다고 한다.그러던 중에 스님께서 파리에 가셨더니 그곳에 똑같은 만년필이 잔뜩 있어서 촉이 가는 만년필을 하나 더 사오셨더니 처음 가졌던 필기구에 대한 살뜰함과 고마움이 사라져 버리셨다고 한다.그래서 결국 나중 산 것을 아는 스님께 드리고 나니 비로소 처음의 그 감정이 회복되셨다는 것이다.

스님은 이 일화를 얘기하시고는 하나가 필요할 때는 하나만 가지라고 당부하신다.우리에겐 정말 가슴뜨끔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우리는 과연 하나가 필요할 때 하나만 가지는 간소한 생활을 하고 있을까? 한마디에 지나지 않는 스님의 말씀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항상 머리속에 새겨둬야 할 내용임에 틀림없다.

스님께선 또 한편으로는 욕망을 좇아 생활하고 많이 소유해야만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믿고 더 많은 것을 갈구하는 우리들을,또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걱정하신다.우린 평상시에 사소한데에서 느끼는 소박한 행복을 잊은지 오래다.힘들고 지칠 때 들려오는 친구의 위로,아무도 없는 조용한 곳에서 즐기는 따뜻한 차 한 잔,길을 지나다 우연히 올려다 본 하늘의 청량함.우리는 그런 곳에서 몇번이나 행복을 느꼈을까? 사람은 머리만 가지고는 살 수 없는 존재이므로 가슴,열린 가슴으로 믿으라고 스님은 강조하신다.

우리가 지금 경제적인 곤란에 처해있는 것은 사실이다.하지만 가진 것이 남보다 적다하여,또는 가진 것이 없다고 해서 삶의 질마저 떨어졌다고 비하해선 안된다.진정한 삶의 질이란 물질의 소유여부를 떠나서 불필요한 것들로부터 얼마나 자유스러워져 있는가,따뜻한 마음을 이웃과 얼마나 나누는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우린 이런 경제적인 어려움을 정신적으로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한사람 두사람 정신적으로 풍요로워지고 따뜻한 가슴을 가지게 된다면 스님말씀대로 이 세상은 은은한 연꽃향기로 가득차게 될 것이다.

2백페이지 남짓한 이 한 권의 책.이 책은 힘든 시절을 겪고 있고 또 겪어내야만 하는 힘든 임무를 짊어진 우리에게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고 또 한단계 더 정신적으로 성숙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지금 바로 이 순간에도 산에는 매일 꽃이 피고 지기를 계속할 것이다.매일 다른 모습으로,은은한 향기로 온 산을 가득채우며,.

/부산외고 1년 정승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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