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교향악단 첫 합동연주회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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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천만 겨레 하나로 묶는 메시지

또 지금까지 남한을 방문한 북한의 음악가들이 독창에서 남한과 다른 발성으로 노래한 것에 비하면,이번 연주회에선 우리와 너무나 같은 발성과 같은 수준으로 노래해 그동안의 오해와 우려들을 말끔히 씻어주었다.

21일 열린 남북 첫 합동연주회 전반부는 곽승이 지휘하는 KBS교향악단 연주로,후반부는 김병화가 지휘하는 조선국립교향악단의 연주로 진행됐고 맨 마지막 무대는 남북합동연주 "아리랑"으로 장식됐다.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은 기대에 부푼 청중들로 가득 찼다.이날 연주회는 KBS교향악단이 관현악으로 편곡된 바하의 "토카타와 푸가 라단조"를 연주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첫 음향부터 곽승은 온 몸을 흔든채 압도적이고 열정적인 지휘로 바하의 합리성과 섬세하면서도 화려한 표현력을 유감없이 드러내 객석을 사로 잡았다.곽승의 진가는 KBS교향악단의 음향을 세밀한 구석까지 섬세한 앙상블로 해석해내는 데서 충분히 발휘됐다. 이 능력은 북한 바이올린 협연자 정현희의 "사향가"와 교감한 연주나 첼리주자 장한나의 "콜 니드라이",소프라노 조수미의 "그리워"와 "아 그이였던가" 협연에서도 유감없이 보여졌다.

후반부는 조선국립교향악단의 수석지휘자 김병화가 지휘하는 롯시니 "세빌리아 이발사 서곡"으로 시작됐다.

북한 국립교향악단은 대외적으로는 조선국립교향악단,대내적으로는 평양국립교향악단이다.분단 55년만에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악단이니만큼 모든 것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조선국립교향악단 단원들은 정년퇴임 때까지 활동하기 때문에 백발이 성성한 원로 음악인도 상당수 포진해 있어서 신규 지원자의 오디션은 바늘구멍 통과보다 어렵다.

첫 서곡에서 확인됐듯 연주는 군더더기 없이 선명했고,1969년부터 이 교향악단을 지휘했던 김병화는 단원들과 긴밀한 호흡을 맞추며 탄탄한 앙상블을 선사했다.

이날 독창자로 협연한 북한의 테너(남성고음) 리영욱이나 베이스(남성저음) 허광수,첼리스트 장한나와 호흡을 맞춘 조선국립교향악단과 김병화 지휘는 더 이상 흠잡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특히 허광수의 "동해의 달밤"독창은 벨칸토 창법으로 표현해내는 가창력과 표현력,연기력이 가히 충격적일 정도로 압권이었다.장한나의 차이코프스키 "야상곡"에서도 어느사이 큰 음악가로 성숙한 장한나를 만날 수 있었다.

마치 이 음악회가 마지막 무대라도 되듯 남한의 소프라노 조수미와 북한의 테너 리영욱은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중 "축배의 노래"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더욱이 조수미와 리영욱의 세련된 무대매너는 마치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듯했다.

이날 음악회 마지막을 장식한 북한 작곡가 최성환의 "아리랑"은 남북합동공연으로 진행되었다.70여명의 남북합동교향악단이 구성돼 김병화 지휘로 대화합의 무대를 연출했다.연습 시간이 얼마 없었지만 이들의 연주는 완벽했고 작품이 요구하는 모든 음악적 특징을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열광한 청중은 기립박수와 "브라보" 연호를 그칠 줄 몰랐다.

분단 55년만에 첫 대면한 조선국립교향악단 연주와 KBS교향악단의 합동공연은 분명 6.15선언과 광복 55돌을 경축하는 음악회이였고 7천만 겨레를 하나되게 한 메시지였다.

또 남북의 음악이 얼마든지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민족적 선율이 풍부한 북한의 민족음악이 얼마나 발전해 있는 지를 직접 볼 수 있는 의미있는 무대이기도 했다.

중앙대 교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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