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여는 세상]모기의 겨울나기 / 이동규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고신대 생명과학과 교수/

1990년도 초부터 겨울에도 모기에 물리는 일이 잦다는 기사가 가끔 신문지상에 보도되곤 한다. 추운 겨울에 어떻게 모기가 사람을 물 수 있는 것일까? 모기는 종에 따라 겨울에 특정 상태로 월동을 한다. 월동 시기는 기후 변동에 따라 결정되는데,특히 일조시간이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일조시간이 대개 10시간 이하가 되면 유충이 월동 시기가 가까워 옴을 감지하고 지방체를 충분히 축적한다. 성충으로 우화한 이 암컷은 생식기능이 중지되고 월동준비를 끝낸다. 월동 준비를 마친 암모기는 월동하지 못하는 숫모기와 교미를 한 후 흡혈하지 않고 월동 장소를 찾아 동면을 시작한다.

우리나라에는 10속 53종의 모기가 있는데 이 가운데 성충으로 월동하는 모기는 숲모기 종류를 제외한 30 여종이 있다. 이 중에 말라리아를 매개하는 중국얼룩날개모기,일본뇌염을 매개하는 작은빨간집모기 그리고 도시에서 가장 많이 발생되는 빨간집모기가 성충으로 월동하는 대표적인 모기이다. 숲모기 속에 속한 모기 종들은 알로 월동하고,비교적 온화한 겨울을 가진 부산을 비롯한 남부 해안도서 지방에서는 유충으로 월동하는 경우도 많다. 성충으로 월동하는 국내 모기들이 동면에서 깨어나 활동하는 시기는 대략 3월 하순이며 월동하기 시작하는 시기는 대개 10월 중순이다. 성충으로 월동하는 모기들은 월동 장소가 종에 따라 다른데,중국얼룩날개모기는 풀숲이나 볏단 속에서,작은빨간집모기는 돌담이나 돌무더기 틈 속에서,빨간집모기는 지하실,지하철,동굴,하수도 같은 지하 구조물 내에서 월동한다.

모기는 주변 환경의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화하는 변온동물이므로 국내 모기의 경우 주위 온도가 섭씨 15。C 이하로 내려가면 체내 온도의 하락으로 대사활성이 떨어져 잘 움직이지 못한다. 그러나 동면 상태로 들어간 모기라 할지라도 그 이상의 온도로 올라가면 동면에서 깨어나고 날 수도 있으며,섭씨 18。C 이상에서는 흡혈 활동도 한다. 부산 시내를 비롯한 대도시에서 조사된 겨울철 빨간집모기는 일반 건물,병원,호텔,극장,백화점,아파트 등의 대형건물 지하에 있는 보일러실에서 집단으로 월동하고 있다. 지하 보일러실은 겨울철 실내온도가 대개 섭씨 15~20。C이므로 보일러실 근무자는 물론이고 환기통이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상층까지 이동하여 사람들을 공격하기도 한다. 이들 모기에 대한 방제 대책은 전혀 없는 것으로 생각하거나 손을 쓰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나 그렇지가 않다. 모기가 많이 발생되는 건물은 반드시 지하실에서 월동하고 있는 모기가 발견되므로 이들에 대한 연막 소독은 매우 효과있는 방제 대책이 된다. 또한,보일러실에는 폐수 탱크가 있기 마련인데 흡혈한 모기들은 이 탱크 내의 물에 산란하여 많은 유충,번데기,성충들이 살고 있음이 관찰된다. 따라서 폐수 탱크의 물을 주기적으로 배수시키거나 모기 천적인 미꾸라지 한 두 마리만 약간의 먹이와 함께 넣어 두면 모기로 인한 고통을 어렵지 않게 줄일 수 있다. 이런 지하 구조물에는 월동하기 위하여 들어온 빨간집모기들 뿐만아니라 이들의 변종(아종)인 지하집모기들이 더 많이 발견된다.

지하집모기는 빨간집모기가 월동을 위해 지하 구조물로 들어 온 후 정착하여 계속 세대교체를 하면서 그곳 환경에 적응된 종이다. 지하집모기는 빨간집모기와 형태상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나 어두운 지하 환경에 의해 겹눈이 퇴화되어 겹눈(복안)을 형성하고 있는 낱눈의 수가 빨간집모기에 비해 약 76%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지하집모기는 생식 방법에서도 다른 모기 종들과 달리 첫 번째 산란은 흡혈을 하지 않아도 가능하다. 지하집모기의 무흡혈 산란이 가능한 것은 지하 환경에서는 흡혈 대상을 찾기가 쉽지 않으므로 종족 보전을 위해 유충기 때 산란에 필요한 에너지를 저장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적응했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국내에서 이 두 종류가 매개하는 질병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충으로 월동하는 모기들은 긴 월동 기간 중에 대부분은 죽고 소수(5~20%)만이 생존할 뿐이고,월동 장소도 수 많은 지하 구조물이므로 몇 년 전 부산시에서 실시했던 일부 지역의 동계 방역은 실효성이 없다.

모기의 최근 겨울나기는 온난화 현상과 보일러 난방에 의해 더욱 쉬워질 전망이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