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드라이브로 즐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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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산 정상 '장관이네'

산들바람이 귓가를 간지르는 요즘,

등반이 부담스럽다면

가족과 함께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잠시 달려보는 건 어떨까.

차창 밖 저 멀리서 펼쳐지는

초록 숲의 향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한결 행복해진다.

달리는 차 안이 갑갑하다 싶으면

차를 세우고 잠시라도 내려

심호흡을 크게 해보자.

그렇게,그렇게 가다보면

고즈넉한 산사의 품에 안길 수도,

시원스레 쏟아지는 폭포 소리가 정겨운

계곡에 닿을 수도 있다.

봄볕 치고는 제법 따가운 햇살이 눈부시던

지난 7일 영남알프스의 비경과 명소를

찾아 Week&Joy팀이 드라이브 길에 올랐다.

영남알프스 하면 흔히 떠오르는 코스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언양분기점에서 24번 국도를 타고 가지산 석남사를 찾은 후 운문령을 넘어 운문호와 운문사를 둘러보고 나오거나 석남사~석남터널~밀양 얼음골~석골사 혹은 표충사~배내골로 넘어가는 방법,또는 통도사 나들목에서 35번 국도를 이용해 자수정동굴~간월산 자연휴양림~작천정~등억온천단지를 돌아오는 길 등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양산나들목~어곡공단~밀양댐~표충사~석골사~얼음골~석남터널~석남사~언양 나들목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택했다.
먼저 어곡공단을 지나 신불산 공원묘원을 끼고 왼쪽으로 돌자 시멘트 포장길이 나타났다. 약간은 울퉁불퉁한 산길이었지만 산 정상으로 올라 갈수록 주변 경관에 탄성이 절로 났다. 양산 시내를 한 눈에 볼 수 있을 정도로 높은 곳에 이르자 반대편으로 우뚝 솟아있는 크고 작은 산들의 모습도 어느새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다시 굽이굽이 잘 닦여진 도로를 내려오니 금세 배내사거리. 그곳에서 밀양댐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길은 다시 오르막길에다 구불구불하게 이어졌지만 사방의 경치가 매우 뛰어나 드라이브 코스로는 손색이 없겠다 싶었다.
이어 다다른 곳은 밀양댐 전망대. 예쁜 정자와 좁은 광장,그리고 벤치가 놓여있는 자그마한 휴식공간에 지나지 않았지만 과거 그곳은 '농암대'로 이름을 떨치던 곳. 지금은 밀양댐에 수몰돼 옛 형태를 제대로 볼 수 없는 형편이지만 천길 벼랑을 삼킨 옥빛 물이 예사롭지 않은 게 과거 점필재 김종직 선생이 만년에 머물렀던 경승지가 예로구나 싶어 발걸음이 쉬이 옮겨지지 않았다.
밀양댐에서 도시락 '꿀맛'
게다가 댐에 수몰되기 직전까지 살았다는 덕달,사희동,죽촌,고점 주민 267명을 위로하기 위해 세웠다는 망향비도 오히려 연민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다시 아래로 1㎞ 정도 더 내려가자 오른쪽에 주차장과 함께 밀양댐이 보였다. 밀양댐 아래엔 나들이객을 위한 소규모 잔디공원도 조성돼 있다. 도시락을 사온 나들이객이라면 그곳에서 먹어도 될 법 했다. 도시락이 없는 나들이객이라면 밀양댐 모퉁이에서 영업 중인 카페를 들러보면 어떨까.
시간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이라면 이쯤에서 온 길을 되돌아가는 방법도 있겠지만 조금만 더 시간을 내 인근 표충사까지 가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밀양댐을 뒤로 하고 다다른 아불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으면 표충사로 이어진다. 임진왜란 당시 구국일선에 앞장선 사명대사의 유적지인 이 절에 가면 삼층석탑(보물 467호)과 의승 대장인 서산,사명,기허 등 3대사의 영정을 만날 수 있다. 
표충사를 들러보고 곧장 밀양 얼음골로 가도 되지만 쉬엄쉬엄 가겠다는 생각이면 지방도 1077호를 타고 금곡삼거리까지 가서 국도 24호선을 연결해 석골사까지 가보자.
사찰보다는 주위의 기암절벽과 깊은 계곡의 경관이 아름답다. 원서리 부근에 이르면 표지판이 보이기 때문에 찾기도 그리 어렵지 않다. 다만 샛길로 들어와서 절까지 가는 길이 폭이 좁아 차로 올라가기는 만만찮다. 그래도 석골사 아래 석골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와 깨끗한 물에 손발이라도 담그고 나면 피로가 확 가신다.
석골폭포에서 마음을 씻고
조금만 더 올라가면 제2의 얼음골도 있다.
이번엔 예정대로 남명리 얼음골(천연기념물 224호)로 향했다. 매표소를 지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왕복 1시간이면 충분한 재약산 북쪽 중턱에 자리잡은 얼음골과 가마볼 협곡 등을 돌아보았다. 얼음골에서만 13년째 근무 중이라는 김영근 관리소장은 '얼음은 3월 중순부터 7월 하순까지 볼 수 있지만 결정적으로 좋은 것은 4월 얼음'이라며 '조금만 빨리 왔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이라고 아쉬워했다.
인근에는 호박소는 물론 허준 선생과 스승 유의태의 발자취를 살펴볼 수 있는 명소도 있다고 했다.
얼음골 찬바람을 뒤로 한 채 국도 24호선을 타고 석남터널 정상으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오르자 주변 산세는 또다시 장관을 연출했다. 왼쪽으로 고헌,가지,운문산이 버티고 있고,오른쪽으로는 취서,신불,간월,천황,재약산 등이 병풍처럼 펼쳐졌다 겹쳐졌다를 반복하는 스펙터클이었다.
비구니 마음 닦는 석남사
차는 어느새 석남사 앞에 다다랐다. 운문사와 더불어 비구니의 수련도량으로 유명한 곳이다. 매표소에서 10분 남짓이면 절에 닿는다. 냇가에 아무렇게나 세워둔 돌탑부터 절 안팎의 깔끔한 맵시가 여느 절과는 다른 정취를 풍긴다. 절 뒤 대밭 옆에 세워진 석남사 부도(보물 369호)를 보고 석남사 골짜기를 흐르는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돌아나왔다.
이제 하루 해가 서서히 저물어 갔다. 운문령을 넘어 운문호,운문사를 돌아보고 비구니들만 먹는다는 그 유명한 짜장면 집에도 들러보고 싶었거늘 시간이 모자라 포기했다. 대신 온종일 시달렸을 몸을 온천수에 담그기로 했다. 석남사에서 채 5분도 안되는 거리에 가지산유황온천이 있다. 뜨거운 탕에 몸을 푹 담그는 것 이상으로 창밖으로 펼쳐지는 초록산을 감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조금만 더 준비성 있는 이들이라면 수영복까지 챙겨가면 같은 값에 노천온천까지 즐길 수 있다니 챙겨봄 직하다.
글=김은영기자 key66@busanilbo.com
사진=김경현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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