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후각능력으로 주인의 질병 감지
■ 개띠해에 알아 본 흥미로운 견공의 과학

올해는 병술년(丙戌年) 개띠해다. 개는 우리 인간과 가장 가깝고 언제나 주인을 따르는 충성스러운 동물이다. 사이언스 등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내용에 따르면 개는 인간에 이어 두번째 놀라운 언어 능력을 가지고 있다. 뛰어난 후각 능력으로 주인의 질병까지 알아낸다고 한다. 개띠해를 맞아 흥미로운 개의 과학에 대해 알아본다.
# 개도 우울증 앓을까
경상대 연성찬(수의학과) 교수는 "최근 진돗개 등이 여성이나 어린이 등을 공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개가 인간,특히 어린 아이를 공격하는 이유는 여러가지 있지만 아마도 어린이가 무의식적으로 개의 본능,즉 영역이나 포식성 방어 본경을 건드릴 때 생기는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또 평소 주인을 잘 따르던 개가 혼자 있을 때 대소변을 가리지 않거나 집안의 집기 등을 찢거나 무는 것은 주인과의 헤어짐에 따른 불안,격리 불안 등의 행동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동물 우울증'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개에게 우울증이란 표현을 붙이는 것은 너무 의인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개,인간과 비슷하게 언어 습득
독일 진화인류학 관련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줄리아 피셔 연구팀은 지난해 사이언스에서 생후 9세된 콜리종 리코가 200개 정도의 단어를 기억할 뿐 아니라 새로운 단어를 배우는 요령을 알고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를 소개했다.
연구팀은 리코에게 낯선 단어를 보여준 다음 익숙한 장난감 7개와 낯선 물건 1개 가운데 낯선 물건을 가져오도록 하자 10번에서 7번 정도는 정확한 선택을 했고 그 기억력은 한달 정도 지속됐다는 것.
연구팀은 "리코가 새로운 단어를 배울 때 익숙하지 않은 단어를 익숙하지 않은 물건과 관계지어 이해했는데 이는 어린이가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 사용하는 방법과 비슷하다"며 "이 같은 언어능력은 침팬지의 능력을 능가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방법은 매우 빠르게 많은 단어를 암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영어권 어린이의 경우 일반적으로 하루에 10개 단어를 배우고 18세까지 약 6만개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연구팀은 "가끔 애완견 주인들은 자기 개의 언어능력을 자랑하는데 이 연구는 이를 확신시킨다"고 밝혔다.
# 우리집 주치의,뽀삐
개가 주인의 특정 질병 여부를 알아차린다는 연구도 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다. 브리티시메디컬저널은 주인이 저혈당 발작을 일으켰을 때 옆에 있던 개의 70%가 옷을 잡아당기거나 다른 가족을 환자 있는 곳까지 데리고 오고 가만히 있지 못하고 왔다갔다 하는 등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또 후각 훈련을 통해 주인의 오줌냄새를 맡게 하면 방광암을 진단할 수 있다는 연구내용도 소개했다.
저혈당 시의 땀에는 극히 미량의 카테콜아민이 포함되어 있는데 개가 이 냄새를 구별해내는 것으로 추측된다. 지진 등 재해로 매몰되어 있는 사람을 발견해내는 구조견은 위기상황에 빠진 사람이 방출해내는 카테콜아민의 냄새에 반응하도록 훈련된다. 캐나다 퀘벡시 소재의 맹도견 양성전문소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입김 변화를 감지해 주인에게 알려주고 비상시에는 비상벨을 눌러 구조를 요청하는 당뇨병 환자 도우미 개를 양성하고 있다.
경상대 연 교수는 "개는 후각이 뛰어나기 때문에 특정 질병을 진단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이에 대해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개의 채식 등
개도 풀을 뜯어 먹을까. 실제로 개들은 풀을 뜯어 먹는데 특히 연한 새싹을 좋아한다고 한다. 개가 뜯어 먹는 풀은 거의 소화되지 않지만 개의 장을 깨끗하게 청소해준다. 개는 또 항균제,구충제,진통제 성분을 찾아 먹을 줄도 아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는 후각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후각 신경세포의 수가 사람보다 20배나 많아 사람이 맡을 수 없는 농도의 몇백만분의 1만 있어도 냄새를 맡을 수 있다. 개와 늑대의 DNA 배열 차이는 1%정도이며 약 13만년 전에 서로 다른 동물로 나누어졌다.
임원철기자 wclim@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