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는 TV] 추석 특집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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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에 집 날린 영업사원… 해고된 고시원 총무… 월세 버거운 슈퍼 주인…

KBS와 SBS는 '한가위 연휴용' 특집 드라마를 준비했다. MBC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오락프로그램에 집중하는 모습. 제작 규모는 줄어들었지만 소재나 연출기법에선 진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명절용 특집 드라마를 만나보자.

# 사회 현실 날카로운 풍자-'무기여 잘있거라'

5일 오전 11시에 KBS 2TV에서 방송되는 추석특집 드라마 '무기여 잘있거라'는 소시민 가정의 생존을 위협하는 사회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한 작품이다. "혁명의 시작과 소멸 과정을 해학적으로 그려보고 싶었다"는 것이 제작진이 밝힌 기획의도. '3일 굶고 남의 담 넘기 직전'인 사람들이 생계의 위기와 국가 대표 축구팀의 한일전 대패라는 충격적인(?) 상황에 자극받아 혁명을 도모한다는 내용이다.

등장인물은 모두 우리 사회의 약자들. 산업재해로 장애인이 된 기술자와 대형 할인마트 때문에 망하기 직전인 동네 수퍼마켓 사장 등이다. 주인공을 제외하고는 극중에서 이름도 없어서 치킨,슈퍼,총무 등의 별명으로 불릴 정도. 대부분의 TV 드라마에서는 한 줄의 대사밖에 주어지지 않는 역할이지만 이번 작품에서 카메라는 이들을 더 가까이,그리고 오래도록 지켜본다.

주인공 천만석(권해효)은 전직 선반기술자로 한쪽 손을 다친 이후 자포자기 상태로 살아간다. SBS '사랑과 야망'의 정자 남편처럼 악한도 아니고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가족을 지킬 수 있는지 모르는 게 문제. 억척스런 아내 경숙(고정민)이 봉재공장에서 일거리를 받아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

드라마의 전반부는 아기 분유값도 마련하지 못해 구박만 받는 만석의 현실을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본격적인 위기는,그가 고시원 총무 자리에서 해고된 '총무'(조희봉),월세 인상으로 궁지에 몰린 '슈퍼'(김국진)와 함께 예비군 훈련에 참가하면서 시작되는 것. 만석은 훈련 중에 술을 먹었다는 이유로 '원산폭격'까지 하게 되자 총알도 없는 총을 들고 반란에 나선다.

코믹 코드를 유지하지만 날카로운 현실 풍자를 쏟아내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 '슈퍼'는 방송국 앞에서 "동네 상권 다 죽이는 할인마트 문제 단 한 번이라도 내 보낸 적 있냐"고 외치고 만석은 멸종 위기 반달곰 보호 서명운동을 보고 "나 같이 멸종돼 버린 선반공은 누가 구해주냐"고 묻는다.

제작진이 이 작품의 주제라고 소개한 '못 살겠다 갈아보자'는 1956년 제3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신익희,장면 진영이 내세웠던 구호. 반세기가 지났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같은 구호를 마음으로 외치고 있다는 사실을 '무기여 잘있거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부모 입장에서 자식이란?-'내 사랑 달자씨!'

5일 오전 10시에 전파를 타는 SBS 추석특집극 '내 사랑 달자씨!'는 부모에게 있어서 자식은 어떤 의미인지 되짚어 보는 드라마. 연출을 맡은 조남국 PD는 "가슴이 따뜻해지고 가족간의 사랑이 깊어지는 작품을 선보이겠다"며 최루성 드라마를 예고했다.

중학교 교장이었던 정길(박근형)이 아구찜 식당을 하는 달자(김해숙)와 재혼을 하면서 일어나는 가족간의 갈등과 화해가 주요 내용. 정통 가족드라마의 설정에 맞게 정길의 자녀들은 저마다의 가정사로 고민한다. 첫째딸 난희(김성령)는 성실한 남편 지훈(선우재덕)을 사랑하지만 아이를 갖지 못하는 것이 문제. 시험관 아기 시술도 수차례 받지만 모두 실패하고 부부간의 갈등만 깊어진다.

아들 영섭(김규철)은 자동차 회사 영업사원이지만 실적이 신통치 않은 데다 보증을 잘못 서 살던 집까지 날린다. 부인 미진(김예령)은 그런 남편에 대한 불만으로 매사에 짜증만 낸다. 막내딸 윤희(임성민)도 이혼한 전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초등학생 딸아이를 그리워하며 가슴앓이를 한다.

가족들의 반대에도 결혼을 강행했던 정길은 사실 간암 말기 환자. 달자와의 신혼생활을 얼마 맛보지도 못한 채 죽음을 맞는다. 아버지의 건강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자녀들은 달자만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데 대해 놀란다. 게다가 모든 유산은 달자의 차지. 제작진은 시기와 질투를 한몸에 받게 된 달자가 상처투성이인 정길의 자녀들을 사랑으로 감싸안는 모습을 차분한 시각으로 담아냈다. 김종우기자 kjongwoo@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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