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터전이 지옥으로 변했어요'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3개 철로에 갇힌 '도심 속 섬마을' 서면중 인근

"평생을 살아온 터전이지만 이젠 정말 떠나고 싶어요."

전후좌우 어디를 둘러봐도 보이는 것은 시커먼 철로. 시도 때도 없이 닥치는 열차들의 소음과 진동은 주민들을 체념하게 만들었다. 동네 어귀 전봇대 곳곳에는 '주택급매'라고 적힌 종이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부산 부산진구 부암1동 서면중학교 인근에는 1천200여세대,2천여 주민이 사방을 철길에 갇혀 사는 '도심속 섬마을'이 있다.

북쪽에는 부전선,남동쪽으로는 동해남부선,남서쪽으로는 가야선 등 3개 철도 선로가 주택가를 완전히 에워싸고 있는 것. 이곳에는 1960년대부터 철로가 있었지만 당시에는 열차가 많이 다니지 않아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철도시설공단이 경부고속철도 1단계 공사로 새마을호와 KTX는 부산역으로,무궁화호·통일호 등은 모두 부전역으로 정차한다는 계획에 따라 단선이었던 부전선을 복선으로 확장하면서 상황은 크게 악화됐다.

주민들은 2003년 4월께 철로를 점거하며 시위까지 벌였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철도시설공단이 철로 인접 10여세대의 주택을 매수해 보상받은 게 고작이었다.

2004년 12월 복선화 사업이 마무리됨에 따라 현재 부전선에는 화물열차,객차 등이 하루 100회 이상 다니고 있다. 공사 전 40여회에 비하면 배 이상 늘어났고 동해남부선 70여회,가야선 200여회까지 합치면 하루에 400회 가까이 열차가 지나간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동해남부선 복선 전철화사업 공사도 2010년이면 끝나 운행 열차도 다시 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여름에 창문 한 번 열어보는 것이 소원입니다. 진동으로 땅이 가라앉는 것 같아요." 주민 허귀연(61·여)씨의 하소연이다.

이곳에는 70세 이상의 고령자가 많아 고통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약국을 운영하는 김수미(64·여)씨는 "호흡기 질환 등으로 고생하는 고령자들이 약국을 많이 찾고 있다. 건강이 계속 악화되고 있지만 이사를 가지 않는 이상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철도시설공단이나 부산시 등에서 땅을 매입한 뒤 공원이나 관공서 등으로 활용하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이들 기관은 예산 등의 문제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 영남지역본부 관계자는 "주민 입장은 이해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부지 매입은 쉽지 않고 도시계획도 변경돼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고 말했다.

최세헌기자 cornie@busanilbo.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