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왜 이래요?] (10) 자주 경기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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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 누구나 거치는 과정… '지나칠땐 상담을'

아이가 경기를 2번 이상 반복할 때는 반드시 소아과 전문의를 찾아 간질 여부에 대한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사진은 간질 증세가 의심되는 환자를 상대로 뇌파검사를 하고 있는 장면.

경기는 아이가 커 가는 과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컴퓨터가 바이러스를 먹어 한순간 다운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다운된 컴퓨터를 다시 켜면 작동이 되듯이 아이들의 경기도 발작이 끝난 후에는 언제 그러한 일이 있었냐는 듯이 평소와 다름없이 지낸다.

보통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경기란 어릴 때 한번씩 하는 별것 아닌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반면 요즘 젊은 부모들은 한차례의 열성경련도 심각하게 받아들여 간질로 넘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한다.

경기라는 용어는 '발작', '경련','간질' 등의 의학적인 용어를 모두 함축하고 있는 두루뭉술한 표현이다. 의학적으로 발작이라고 하는 것은 뇌 신경세포에서 조절되지 않는 이상전기의 과다한 발생으로 눈과 고개가 돌아가는 등 우리 몸에서 나타나는 이상 증상들을 말한다. 근육의 수축을 동반하는 발작의 경우에 '경련'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리고 대뇌의 원인으로 발작이 두 번 이상 재발했을 때를 '간질'이라고 한다.

고열을 동반하는 열성경련

열성 경련이 일어나면 팔다리를 떨고 온몸이 뻣뻣해지며 안구가 돌아간다. 얼굴과 목이 충혈되면서 숨을 멈추고 입에서 침을 흘리기도 한다. 보통 15분 이내에 그친다.

열성경련은 보통 만 5세 이전에 경기가 사라지므로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는 양성질환이다. 또 보통 1~2분 내 발작이 멈추므로 뇌손상을 입지 않는다. 그러나 15분 이상 지속되면 아이의 뇌가 손상될 가능성이 있고 인지발달장애와 운동장애가 동반이 되는 경우가 있다.

열성경련은 만 5세가 지나면 없어지는데 가끔 만 6세가 지나서도 열성경련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를 소아과 의사들은 '열성경련 플러스'라고 최근에 이름을 붙였다. 이 질환은 뇌신경세포의 전해질 운반통로에 약간의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것으로 현재까지 밝혀져 있다. 아이의 나이가 만 10세경이 되면 대부분 경기가 멈추게 되는 양성질환이다. 그러나 양성질환이라 하더라도 경련의 횟수가 많거나 경련을 수차례 반복할 때에는 약물치료로 예방하는 것이 좋다.

열성경련이 의심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뇌수막염이나 뇌염 등과 같은 뇌의 염증성 질환과 혼동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뇌의 급성 감염이 있을 때에도 고열과 함께 경련이 발생하게 된다. 이 때 즉시 치료를 하지 않으면 높은 합병증과 사망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재발성 발작, 간질

간질은 열이 없는 상태에서 발작과 경련을 일으키는 것이다. 재발성 발작을 특징으로 한다.

간질의 증상은 발작의 종류에 따라 다양하다. 대발작의 경우 갑자기 자신도 모르게 의식을 잃고 쓰러져 사지에 경련을 일으키지만, 소발작은 정신을 잃어 의식은 없어도 쓰러지지 않고 가만히 있게 된다.

간질을 앓았던 위인들.


복합 부분발작은 환자가 발작이 올 것이라는 예감을 느끼면서 의식을 잃고 입을 쩝쩝대거나 양팔에 힘을 주거나 손을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 한다. 그러면서 대발작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는 간질인데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발작도 있다.

몇 초간만 의식이 소실되어 허공을 응시하는 듯 보이는 증상, 눈앞에서 불빛이 번쩍거리거나 갑자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증상, 이상하게 웃는 증상, 자다가 입주위의 마비로 나타나는 증상, 구토나 복통으로 나타나는 증상, 전기 쇼크를 먹은 것처럼 움찔거리는 증상 등도 간과하기 쉬운 간질 증상이다.

만 4개월에서 8개월 사이의 아이가 놀란 모양으로 1~2초간 뻣뻣해지기를 반복하는 '영아연축'과 잠든 아이가 침을 꿀떡꿀떡 삼키는 소리를 내거나 입 주위가 씰룩거리면서 침을 흘리는 '양성 롤란도 간질'도 간질 증후군에 해당한다.

간질은 양성 롤란도 간질과 같은 '양성'이 있고 영아연축과 같은 예후가 나쁜 '악성'이 있다. 양성의 경과를 보이는 경기의 경우는 아이의 성장발달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반면 악성인 경우에는 대부분 아이들의 성장 발달에 치명적인 장애나 이상을 남긴다. 그러므로 아이가 경기를 할 때에는 민간요법이나 다른 방법으로 안일하게 대처하지 말고 꼭 소아과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유사 간질 증상들

아이들이 많이 울게 되면 숨을 들이마신 후 한참동안 멈추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아이가 숨을 다시 내 쉬려고 해도 마음대로 잘 안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이 심해지면 아이는 새파랗게 질린 상태로 축 늘어지거나 심한 경련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이 경우는 간질이 아니라 '호흡정지 발작'이라고 한다. 대개 나이가 들어가면서 서서히 줄어들게 된다. 약물치료도 물론 필요하지 않다.

또 다른 간질유사 증상으로 '수면 마이오클로누스'가 있다. 아이가 밤에 잘 때 팔 다리를 까딱거리는 경련을 한다며 잠도 자지 않고 아이를 지켜본 후 비디오를 찍어오는 부모들이 가끔 있다. 이 증상은 잠이 들면 뇌도 잠을 자기 때문에 뇌 하부의 중추에서 나타나는 반사현상이라고 보면 된다. 부모에게 간질이 아니라고 설명해도 안심을 못해 뇌파를 찍어 간질파가 없음을 확인시켜줘야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특히 여자 아이들에서 실신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 보통 오랜 동안 서 있다가 이러한 경우를 당하게 되는데 쓰러진 후 경련과 같은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역시 간질로 오인되곤 한다. 보통 미주신경이라는 신경기능의 이상으로 생기는 경우가 많고 청소년기가 지나면서 서서히 증상이 호전된다.

김병군기자 gun39@busanilbo.com
도움말=부산대학병원 소아과 남상욱 교수·대동병원 소아과 손병희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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