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년만에 복개 철거한 마산 '깡통골목' '실개천 공원으로 돌려주세요'
도시재생위 '주차장 조성안' 수정 건의
복개천 위의 오래된 목조건물이 철거돼 도랑의 모습을 되찾은 옛 '깡통골목' 일대. 이성훈기자도심 속 실개천이 57년 만에 복개부분이 철거되고 이전의 모습을 드러내자 도랑의 활용방안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경남 마산시와 주민들에 따르면 두월동 1가10 일대 속칭 '깡통골목'에 들어서 있던 모두 42세대의 무허가 목조건물(2층)이 정밀 안전진단 결과 거주하기에 불가능한 위험등급(D, E등급)으로 판정됐다. 시는 이에 따라 주민설명회와 보상협의 등을 거쳐 최근 목조건물 철거작업을 마무리했다.
길이 92m(너비 2~3m) 가량의 '깡통골목'은 6·25전쟁 때 인접한 미군부대 등에서 흘러나온 깡통(전투식량)을 사고 팔면서 붙은 이름으로, 복개한 도랑 위에 목조건물이 세워졌다.
시는 깡통골목의 구조물 철거계획을 세울 당시 건물철거 후 도랑을 다시 복개해 이 일대를 도로(주차장)로 활용한다는 계획이었다.
인근 반월시장 상인회와 주민 등 70여명도 깡통골목을 당초 계획대로 도로나 복개주차장으로 만들어 소방차 진입과 주차 등이 용이하도록 해 줄 것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최근 마산시에 제출해 놓고 있다.
그러나 마산도시재생추진위원회(공동대표 서익진 조용식)는 25일 오후 반월동사무소에서 주민설명회를 갖고 깡통골목을 철거한 도랑을 살리고 소규모의 수변공원(쉼터)을 조성하자는 내용의 '반월테마파크'(가칭) 조성계획(안)을 내놓았다.
추진위의 반월테마파크 조성사업 계획안은 7억~8억원의 예상사업비를 들여 깡통골목의 역사성을 반영할 수 있는 깡통 조형물이나 깡통골목 표지판 등을 세우고 계단식 도랑을 설치해 마산지역 최초의 도심 소공원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또 시민들을 위한 야외극장이나 옥외카페, 어린이 물놀이터 등으로도 제공할 수 있도록 소형폭포와 분수터널 등을 만들자는 것이 추진위 측의 주장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반월테마파크는 시민들을 위한 수변공간으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인접한 반월시장이나 통술골목 등에도 직접적인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산YMCA도 성명서를 내고 "이 하천은 무학산의 준령인 신월산(해발 350m)에서 발원해 마산만으로 흘러드는 약 500m가 넘는 '신월천'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시는 도심 도랑(신월천)에 대한 주차장 건설계획을 중단하고 주민휴식처나 친수공간으로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황철곤 마산시장은 25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재 구거(하천) 복원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나 인터넷 여론조사를 포함, 인근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도심 도랑의 보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활용방안을 적극 검토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성훈기자 lee777@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