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좋아 '제2의 인생' 부산서 시작'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 정년 퇴직 후 부산서 둥지 튼 일본인 요시다 겐지·사치코씨 부부

부산에서 제2의 인생을 열고 있는 요시다 겐지씨 부부.

부산이 좋아서 무작정 눌러앉은 일본인 부부가 있다. 요시다 겐지(57) 사치코(60)씨 부부. 2년 전 일본 교토의 중고차 판매점에서 일을 하다 정년퇴직한 겐지씨는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해 8월 부산에 자리를 잡았다. 겐지씨는 1972년 수영에 공항이 있을 때 부산 땅을 처음 밟은 이래 30번쯤 찾았을 정도로 부산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대단하다. "제2의 인생을 부산에서 시작하겠다"는 남편을 따라 사치코씨도 곧 교토의 양복점 일을 접고 부산에 뒤따라왔다.

이들이 타국 생활을 시작하며 선택한 삶의 방식은 식당업. "어릴 때부터 카레를 좋아했고 만들기도 잘했다"는 겐지씨는 부산 중구 중앙동에 음식점 '겐짱카레'를 열었다. 4인용 테이블 2개에 벽쪽에 붙은 자리까지 10석 조금 더 되는 조그마한 공간이다. 식당 벽엔 '한국말을 못하니 일본말로 주문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는 일본어·한국어 안내문이 각각 붙어 있다. 일본말을 못하면 손짓 발짓으로 주문해야 한다.

"특별히 계산해 보지는 않았지만 아직 크게 돈벌이는 되지 않은 것 같다"는 겐지씨. 그동안 버텨온 자금은 퇴직 전까지 부산지역의 은행에 맡겨놓았던 돈. 그의 부산행에는 일본의 저금리도 한몫한 셈이다. 하지만 가장 큰 요인은 일본에서 사귄 부산 출신 한국인 친구. 그런 인연으로 부부는 부산에 둥지를 틀었다.

"지난 추석 때는 송편 같은 음식도 많이 선물받았다"는 겐지씨는 "주위의 한국분들이 많이 도와줘서 여기까지 왔다"며 고마워했다. 하지만 고마움 뒤에 묻어나는 것은 외로움. 식당을 쉬는 일요일이면 부부는 일본어 공부를 하는 대학생이나 관심 있는 직장인들과 어울려 해운대며 광안리, 서면 등지로 쇼핑을 하러 가기도 하고 맛 있는 음식도 먹으러 다니며 외로움을 달랜다. 그동안 가본 곳 중에는 해운대, 먹은 것 중에는 '주꾸미 삽겹살'이 가장 좋았단다. "더 많은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이들 부부는 한국에 와서 아들 하나, 딸 셋 등 젊은이 넷을 자식으로 삼았다. 이들은 1주일에 한 번 정도 찾아와 여러 가지 도움을 준다.

두 딸도 일본에 두고 부산 생활을 시작한 이들 부부는 지금 식당이 들어있는 4층 건물을 사들여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다. 1층이 너무 좁아 2층도 식당으로 꾸밀 생각이다. 중앙동이라는 사무실 밀집지역이 점심 때만 장사가 되는 곳이라 저녁에는 간단한 일본 가정요리로 술손님을 받을 계획이다. "가볍게 놀러 올 수 있는 가정적인 식당이 목표"라는 설명에도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욕심이 묻어난다.

흔히 일본사람을 이야기할 때 본심(혼네)과 겉모습(다테마에)이 다르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에서와 달리 추가반찬에 돈을 더 받지 않거나 카레가 모자라지 않느냐고 물어보는 겐지씨 부부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벌써 부산 사람이 다 된 듯했다.

갈수록 인구가 줄어드는 부산에 살겠다며 찾아온 일본인 부부. "부산사람과 교류하는 것이 가장 재미있다"는 겐지씨의 말이 부산을 국제도시로 성장시킬 열쇠처럼 보였다. 마침 식당에서는 연인인 듯한 젊은 한국남자와 일본여자가 카레를 먹고 있었다.

이진원기자 jinwoni@busanilbo.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