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의 참맛 '차세대미디어'에 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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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카지노 로얄' 등 10여편

때로는 목숨 걸고 하거나 밥벌이로 하는 일이 아니라 순수한 취미로 하는 일이 더 힘이 세다. 영화인으로 보자면, 영화감독, 배우, 극장주, 영상판매업자가 있겠으나 오늘 이야기하려는 사람들은 어느 DVD 동호회 사람들. 골방에서 혼자 즐기는 것이 아쉬워 온·오프라인에서 모였고, 이제 동호회 밖 사람들에게도 같이 즐기자 손짓하는 이들, 그 손짓으로 척박한 영상문화를 바꿔보자 꿈꾸는 '적극적인 취미생활자', 'DP(DVD Prime) 부산방(사진)' 사람들이다.

오는 28일 오후 3시 경성대 멀티미디어 소강당에서 '제 3회 DP 부산방 공개 시연회'를 준비하는 이들은 국내 최대 DVD 종합 사이트 'DVD 프라임(www.dvdprime.com)'의 부산지역 소모임이다. 이번에 '시연'하는 건 VHS와 DVD의 뒤를 잇는 차세대 미디어 블루레이와 HD DVD 포맷. 일반 프로젝터의 배가 넘는 해상도를 자랑하는 프로젝터를 서울에서 공수해와 '슈퍼맨 리턴즈''007 카지노 로얄'등 10여편의 명장면들을 블루레이 또는 HD DVD로 감상한다.

차세대 미디어는 외국에서도 아직 포맷 주도권 경쟁이 끝나지 않았다. 국내 제작사는 아직 시장성이 없다고 보고 출시조차 않는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 같은 경우는 국내 영화인데도 블루레이 포맷으로는 해외에서만 출시됐다. 전용 플레이어도 국내 판매가 안돼 "맨발과 스파이크화의 차이", "VHS 비디오와 DVD의 차이" 같다는 뛰어난 화질과 음질을 느낄 기회가 없었다. 이번 시연회가 일반인들에게는 차세대 미디어의 제맛을 제대로 느낄 기회인 이유다.

누구나 영화를 너무나 쉽게 보는 지금, 몇십원, 몇분만 투자하면 영화 한편을 다운받고, 모 영화잡지 편집장조차 "다운받아봤다"고 죄책감없이 말하는 시대에, 영화업계랑 아무 상관 없는 사람들이 굳이 제 돈 들여가며 어렵게 영화를 보자는 이유는 뭘까. 물었더니 DVD 매체의 성쇠를 말했다. 90년대 말 처음 소개돼 홈시어터 열풍이 불고 DP 부산방이 생긴 게 2002년. 2003년 1회, 2004년 2회 시연회 뒤로 3년간 시연회가 없었던 건 DVD가 더이상 새로운 매체가 아니어서였다.

하지만 2007년, 2차 판권 시장은 초토화됐고, DVD 대여업체는 물론 해외 DVD 제작사마저 국내시장에서 철수했다. 김성구(37) 감사의 말마따나 "극장 상영 끝나면 다시는 그 영화를 볼 수 없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3회 시연회의 원동력. "이 좋은 걸 나 혼자 보기 아깝다"는 제창섭(33) 회장의 욕심, "술먹고 노래하는 것 말고도 좋은 여가생활이 있다"는 배근호 총무(34)의 안타까움, "하루라도 영화를 안 보면 기분이 나쁘다"는 윤종철(49) 회원의 영화사랑은 DP 부산방 열성회원 40여명의 이구동성으로 28일 시연회에 모인다. www.dvdprime.com 참고.

최혜규기자 iw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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