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in&out] 김형오와 안경률, '다른 듯 닮은' 40년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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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경선 시련 넘어 나란히 권력 '실세로'

김 형 오

'맑은 힘' 김형오 국회의장과 '호산(虎山)' 안경률 한나라당 사무총장. 지금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두 사람은 45년 넘게 '다른 듯 닮은 삶'을 살아 왔다.


김 의장은 1947년생이고 안 사무총장은 1948년생이지만, 두 사람은 같은 해에 부산의 명문고에 동시에 입학했다.

경남 고성군 고성읍 출신인 김 의장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일찌감치 부산에 유학 와 1963년 경남고에 입학했고, 경남 합천군 청덕면이 고향인 안 사무총장은 같은 해에 부산고에 들어갔다.

두 사람은 1967년 나란히 서울대에 입학해 1971년에 같이 졸업했다. 김 의장은 외교학과, 안 사무총장은 철학과 출신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대학시절은 상당히 달랐다.

김 의장은 모범생이었고, 안 사무총장은 학생운동에 전념했다. 안 사무총장은 학생회장이 되기 위해 고향의 논밭을 팔 정도로 의지가 강하고 학점도 우수(B학점)했으나 한 과목에서 F학점이 나와 '자격미달'로 출마를 못했다.

대학졸업 후 두 사람의 삶도 판이하게 달랐다.

대학에서 정치학 석사까지 마친 김 의장은 동아일보사 기자를 하다가 1978년 당시 외교안보연구원장이었던 강영훈 전 국무총리에게 발탁돼 외교안보연구원 연구관으로 들어갔다.

그 뒤 대통령과 국무총리 정무비서관을 잇따라 역임했다.

반면 안 사무총장은 대학졸업 후 대기업에 잠시 근무하다가 김영삼 전 대통령과 최형우 전 내무장관 등이 주축이 된 민주화추진협의회에 들어가 노동국장을 지냈다.

그 뒤에는 국회 정책연구원과 내무장관 특보, 대한지방행정공제회 이사장 직대를 지냈다.

국회의원 선수(選數)는 김 의장(5선)이 안 사무총장(3선) 보다 높지만 정치는 안 사무총장이 먼저 시작했다. 안 사무총장은 1988년 13대 총선 때 경남 합천에서 출마했다 떨어진 뒤 줄곧 야인생활을 하다가 2000년 16대 총선에서 처음으로 배지를 달았다.

김 의장은 14대 때부터 부산 영도에서 내리 5선을 해 선수로만 치면 안 사무총장 보다 선배이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현재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결코 순탄치 않은 정치적 삶을 걸어 왔다.

김 의장은 "3선 이상 힘들다"던 영도에서 5선을 했지만 외지인이 많은 지역적 특성 때문에 선거 때마다 힘든 싸움을 했다. 안 사무총장도 사정은 마찬가지.

특히 두 사람은 지난 17대 총선 때 경선을 통해 한나라당 후보로 결정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당시 부산에서 경선이 실시된 지역은 두 사람의 지역구인 영도와 해운대·기장을 두 곳 뿐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돼 이명박 정권의 최대 권력실세로 자리매김할 줄 누가 알았을까.

그후 김 의장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장과 한나라당 부산시당위원장, 사무총장, 인재영입위원장, 원내대표 등을 거쳐 17대 대선 선대위 인류국가비전위원장과 대통령직인수위 부위원장 등을 역임한 뒤 현재 '권력서열 2인자'인 국회의장이 돼 있다.

안 사무총장도 원내수석부대표, 사무1부총장, 정치개혁특위 간사, 공공부문개혁특위위원장, 부산시당위원장과 이명박 후보 부산총괄본부장 등을 거쳐 막강한 파워를 가진 집권여당의 사무총장이 됐다.

두 사람의 '남은 삶'이 주목된다.

권기택기자 ktk@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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