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 15만명만 들게 해달라 기도"
독립영화의 '작은 대모' 홍효숙 PIFF 프로그래머

"한국영화계가 침체에 빠져 좀 우울했는데 독립 다큐멘터리 '워낭소리'가 잘 돼 요즘 행복해요."
부산국제영화제(PIFF) 홍효숙 프로그래머는 지난 24일 기자와 만나 흥행돌풍을 일으키는 '워낭소리'에 대해 묻자 이 같이 소감을 털어놓는다. 그도 그럴 것이 '워낭소리'의 PIFF 초청과 마케팅, 배급 등 개봉 과정을 줄곧 지켜보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 어쩌면 운도 따랐고 마케팅 전략도 좋았다는 얘기도 들려줬다. "설 명절을 앞두고 '워낭소리'가 소규모로 개봉되는 것을 알고 '입소문이 나서 제발 관객 15만명만 들었으면 좋겠다'고 기도를 했어요. 그런데 그게 너무 잘 들어 맞았잖아요."
"1인 연출 탈피 프로듀서제 정착돼야"
"지나친 산업논리 안타까운 일"
20년 독립영화계 몸담은 산증인
숨겨진 비화도 살짝 귀띔했다. "지난해 4월께 모 방송국에서 '거액'(?)을 제시하며 '워낭소리'를 방송으로 내보내자는 제안도 있었어요. 제가 감독에게 말했죠. 그러면 영화제 초청도 힘들고 극장개봉도 어렵다고요. 만약 방송 전파를 탔으면 지금 이런 결과가 있었겠어요."
지난 1990년 대학 졸업 후 영화계에 뛰어들며 당시 여성으로선 다소 낯선 촬영감독의 길을 걸으며 독립영화와 인연을 맺게 된 그. PIFF에 몸을 담게 된 것도 결국은 영화 때문이었다. 1회 PIFF 때 '두밀리, 새로운 학교가 열린다'가 초청됐고, 이후 이벤트 담당, 유영길 회고전, 사무차장 등을 맡았으며 7회 때부터는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로 PIFF에 정착했다. 올해로 20년째 독립영화계와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독립영화의 작은 대모'로 부를 정도다.
누구보다 독립영화인들의 문제점을 훤히 꿰고 있기에 질문을 던지자 답변이 술술 나온다. "지난해 출범한 영화진흥위원회가 독립영화계에 좀 무관심한 것 같아요. 영진위의 지원책이 '다양성 영화'로 통합되면서 '독립영화'란 이름이 없어졌어요. 독립영화란 게 단번에 발전할 수 없잖아요. 오랜 과정 속에서 만들어지고 일정 단계를 거쳐 도약하고 이를 통해 여러 결과물이 나오는데 단숨에 산업의 논리로 가는 것 같아 안타깝죠."
'앞으로 제2의 워낭소리는 보기 어렵다'는 독립영화계의 주장에 대해 그는 이 같은 지원책 후퇴를 이유로 들면서 "사실 돈을 많이 달라는 건 아니다"며 "문제는 금액이 아니라 지속적인 지원에 대한 청사진"이라고 덧붙인다.
그는 "독립영화인들은 방송사 프리랜서 등의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다"고 현실을 전한 뒤 "그럼에도 그곳에 머무는 것은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하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으려 하기 때문"이라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한다.
그러면서 그는 "워낭소리 흥행을 계기로 기획, 촬영, 편집 등 '감독 1인 체제'에서 벗어나 독립영화 제작에도 프로듀서 시스템이 정착됐으면 한다"고 나름의 바람을 털어놓는다. 김호일 선임기자 tok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