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 <196> 고흥 거금도 적대봉
배 타고 가는 재미에 봄 향기까지 더해지는 섬 산행
적대봉 등산로는 곳곳에 암릉이 놓여 있어 줄을 타고 아슬아슬 넘어가는 맛이 있다. 경치에 취해 발을 헛디딜 수 있으니 발밑을 항상 조심해야 한다.마지막 꽃샘추위 정도만 남겨놓고 겨울이 작별인사를 고하는 요즘은 산행지를 잡기에 가장 어려운 시기다. 웬만한 국립공원은 산불조심 관계로 입산금지를 해놓기 일쑤다. 고만고만한 산들은 잡을 만한 테마가 별로 없기도 하다.
고민에 빠져 있는 산&산팀을 구원해 줄 산이 어디 없을까 하고 전국의 산을 뒤지던 중에 전남 고흥의 거금도(해발 592.2m)가 눈에 들어왔다. 짧은 시간이지만 배를 타고 가는 재미에다 해발 0m에서부터 차곡차곡 올라가는 산행의 맛이 남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쪽으로 완도, 남쪽으로 거문도, 동쪽으로 여수 일대의 바다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올 뿐만 아니라 날씨가 좋으면 멀리 제주도까지 보인다는 멋진 전망도 매력적이다.
해발 0m서 출발하는 맛 남달라
녹동선착장·소록도 모습 '인상적'
가는 길이 좀 멀지 않으냐는 의견도 없지 않았으나 최근 새로 뚫린 27번 국도를 타고 가면 생각보다 시간이 덜 걸린다는 점에서 당일 코스로 무난하다는 최종 평가를 받았다.
산행 코스는 신평선착장~금산정사~전망바위~독수리바위~적대봉~마당목재~483.4봉~기차바위길(암릉)~오천마을. 휴식을 포함해 5시간30분가량 걸린다.
산행 들머리인 신평선착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전남 고흥군 녹동항에서 배를 타야 한다. 차량까지 실을 수 있는 이 배를 타고 신평선착장까지 가는 시간은 20여분가량.
출발과 함께 뱃머리 오른쪽으로 슬픈 사연을 간직한 소록도가 보이고 왼쪽으로는 마복산이 멀리서 자태를 드러낸다.
신평선착장에 배가 닿으면 주차장을 지나 도로를 따라 계속 직진한다. 8분여 뒤 갈림길이 나오면 '적대봉(봉화대)'이라고 표기된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조금 더 가다 왼쪽에 나타나는 '효열문' 비석을 보고 10m 앞 왼쪽 신평마을로 들어가는 길을 따라 들어간다.
50여m 앞 파란 기와집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간 뒤 빨간 기와집을 왼쪽으로 끼고 모퉁이를 돌아 계속 진행한다. 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4분을 더 가면 갈림길. 여기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적대봉'이라는 팻말이 놓인 길이 보인다. 길을 따라 3분쯤 간 곳에 나타나는 금산정사를 왼쪽으로 보고 계속 직진한다.
비교적 넓게 난 길을 따라 6분쯤 걸어가면 첫 이정표가 설치된 임도와 마주친다. 임도를 가로질러 산길로 접어들면 실질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적대봉으로 올라가는 산행길은 초입부터 된비알의 연속이므로 땀을 좀 뺀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좋다. 곳곳에 이어지는 너덜. 끄덕이는 돌에 발목을 다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올라간다.
9분여를 오르고 뒤쪽(서쪽)을 바라다보면 배를 타고 건너온 녹동항의 모습이 나뭇가지 사이로 보인다.
다시 11분간 팍팍한 가풀막을 오르면 첫 안부에서 두 번째 이정표를 만난다. 이곳은 월포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마주치는 지점. 여기서부터는 비교적 완만한 능선길을 따라 오른다. 4분쯤 지난 곳에 왼쪽(북쪽)으로 마복산의 모습이 보이고 바위로 이뤄진 능선이 시작된다. 7분 뒤 전망바위. 서쪽의 녹동선착장과 소록도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이는 조망 포인트다. 바로 이 맛에 초봄 산행을 하는 것 아니냐는 느낌이 들 정도로 탁 트인 조망에 가슴까지 시원하게 뚫린다.
다시 길을 재촉해 9분을 더 가면 기차바위길. 객실을 옮겨가듯 긴 암릉을 넘어가면 마지막 오르막길을 지난다. 왼쪽으로 멀리 홍련마을의 모습이 보인다. 8분여 뒤 남쪽으로 봉수대가 설치돼 있는 적대봉 정상을 볼 수 있다.
5분 더 간 곳은 너덜. 사면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돌아 진행한다. 그대로 5분 더 직진한 곳에 독수리 모양의 바위를 발견할 수 있다. 5분 뒤 봉수대가 놓인 적대봉 정상.
적대봉 정상에서 남서쪽으로 길을 잡고 4분 정도 내려가면 나오는 이정표에서 마당목재 방면을 확인하고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능선을 따라 13분 더 간 곳에 벤치와 돌탑 등이 놓여 있는 곳이 바로 마당목재. 여기서 다시 오천 방면으로 길을 잡아 능선길을 계속 따라간다. 등산로가 비교적 선명하게 나 있으므로 길 잃을 염려는 없다.
20분 뒤 돌탑이 하나 보이고 거기서 13분을 더 간 곳에서 암릉이 시작된다. 줄을 잡고 조심조심 암릉을 넘어가면 오른쪽으로 금장해수욕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15분 뒤 483.4봉을 지나 또다시 기차바위길과 마주친다. 긴 암릉을 7분쯤 지나면 '전망 좋은 곳'이라는 팻말이 걸린 조망 포인트. 바다에 바둑판처럼 조성된 김 양식장과 금장해수욕장, 익금해수욕장의 모습까지 다 보이는 이곳의 풍경을 즐겼다면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하산길이다.
9분 뒤 오천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바위를 지나 외줄을 잡고 조심스레 바윗길을 내려간다. 14분 뒤 돌탑이 하나 나오고 다시 4분 뒤 또 다른 돌탑이 모습을 드러낸다. 15분쯤 더 내려가면 내리막길은 거의 끝나고 평평한 산길이 이어진다.
2분 뒤 잘 가꿔놓은 무덤군이 나오면 그곳이 바로 산행 날머리인 오천마을이다. 길을 따라 섬을 순환하는 큰 도로가 있는 쪽으로 7분가량 걸어 나온 뒤 마을버스를 타고 산행 기점인 신평선착장으로 가면 전체적인 산행이 마무리된다. 산행 문의: 레포츠부 051-461-4162, 박영태 산행대장 011-9595-8469.
글·사진=이상윤 기자 nurumi@bus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