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하는 천하장사 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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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씨름 유망주 동아고 2년 김재현군

부산시 씨름협회 모래판에서 포즈를 잡고 있는 김재현 군.


"천하장사와 준프로게이머 두가지 꿈 모두 이루고 싶습니다."

부산 동아고 2학년 김재현 군은 부산에서 가장 촉망받는 씨름 유망주다. 키 2m1㎝에 몸무게 140㎏의 신체조건이 말해 주듯이 부산시 씨름협회에서 '차세대 천하장사'로서 기대를 하고 있다.

키 2m1㎝,140㎏… 올 전국체전 메달 기대
프로게이머 꿈꾸며 전국대회 실력 과시도


재현 군은 이미 안락초등학교 6학년 때 전국소년체전 장사급(무제한급)에서 금메달을 땄고, 충렬중학교 3학년때도 제61회 전국씨름선수권대회에서 가볍게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전국체전에서도 장사급 메달권 입상은 무난할 전망이다.

방택곤 동아고 씨름부 감독은 "아직 체력이 약해 장기전 선수들한테는 약한 모습을 보이지만 몸이 유연해 앞으로 몇 가지 기술만 더 연마하면 향후 몇 년 내 국내 씨름판을 좌지우지할 선수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현 군에게는 또 하나의 특기가 있다. 바로 인터넷 게임인 스타크래프트. 언뜻 보면 큼지막한 손으로 작은 자판을 두드리는 모습이 어색해 보이지만 재현 군은 스타크래프트 전국대회 본선에도 오른 실력자.

살을 빼려고 초등학교 4학년 때 시작한 씨름보다 1년 빨리 취미로 하게 된 스타크래프트에서 재현 군은 몇 년 지나지 않아 학교에서 최고의 게이머로 이름을 날렸다. 재현 군은 충렬중 3학년 때 '프로게이머의 산실'로 알려진 엘리트 스쿨리그에 팀의 '대장'으로 출전, 예선전에서 혼자 15전 전승을 올려 팀을 16강 본선에 올려 놓기도 했다.

이 외에도 스타크래프트 각종 개인전에도 나가 준우승만 4번을 했다. 중학교 때는 본업인 씨름을 접고 프로게이머의 길을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단다.

그러나 재현 군은 동아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장래 목표를 '천하장사'로 확고히 잡아 모래판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다. 씨름에 본격적으로 매진하게 된 것은 1년 정도 된 셈이다. 주 특기는 큰 키를 이용한 들배지기. 재현 군은 "경기 전에 너무 긴장하는 게 아직 큰 단점인데, 앞으로 이를 잘 보완한다면 어느 선수와 맞붙어도 이길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다만 일과 후 취미생활로 여전히 즐기고 있는 스타크래프트에서도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하면 주어지는 '준프로게이머'에 대한 미련은 여전히 갖고 있다. 일과시간 운동을 할 때는 열심히 하고 취미로 '스타'를 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는 것. 씨름판에서 존경하는 선수로는 자신과 같이 '멋있는 들배지기'가 주특기인 이태현 선수를 꼽았다. 게이머로는 역시 '스타일이 화끈하다'며 최연성 선수를 좋아했다.

"e-스포츠 하는 천하장사 멋지지 않나요"라고 말하는 재현 군은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 올해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내 제 실력을 알려야겠죠"라며 당차게 말했다.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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