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세의 이미지와 윤제균의 드라마를 배운 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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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 연출 강대규 감독

▲ '하모니' 촬영 현장에서 주연 배우 김윤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강대규 감독(오른쪽).



"이명세 감독에게선 절대 색감과 이미지 연출을, 윤제균 감독에게선 드라마를 든든하게 끌고 가는 법을 배웠죠. 물론 배우들과 소통을 통해 디테일을 잡아낸 건 두 분 모두에게 배운 소득이고요."

영화 '하모니'를 연출한 부산 출신 신예 강대규(36) 감독은 조감독 시절 '사부' 두 명을 모셨다. 여자 교도소 재소자들의 합창단 이야기를 그린 휴먼드라마 '하모니' 연출을 밀어준 이는 '형사 듀얼리스트'의 이명세 감독과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 당대 가장 잘나가는 감독 밑에서 연출 수업을 받고 '데뷔'하는 것인 만큼 강 감독에 대한 영화계의 관심도 높다.

강 감독이 '해운대' 조감독으로 윤제균 감독과 인연을 맺는 데는 이명세 감독이 '다리' 역할을 했다. "제가 시나리오를 쓰는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 있던 2008년 5월 이명세 감독께서 차 한잔을 하자며 연락을 주셨어요. 그러면서 영화판이 힘든데 일하면서 시나리오를 쓰라며 윤 감독을 소개했어요. 만난 지 일주일 만에 연락이 오더군요. 같이 일하자고."

두 감독 조감독 지내고
김윤진·나문희 주연작 입봉

여자 죄수들에게 합창은
가족 향한 희망의 메시지


'사부'가 된 윤 감독은 "같은 부산 출신인 데다 영화적 열정이 대단해 같이 일하고 싶은 욕망이 솟더군요"라며 강 감독에 대해 후한 점수를 준다. 이렇게 연을 맺은 두 사람은 '찰떡 궁합'으로 영화 '해운대'를 '천만관객'이 넘는 흥행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해운대'에서 맺어진 두 사람의 인연은 '하모니'로 이어졌다. 윤 감독이 강 감독에게 '하모니' 연출을 제의한 것. "매년 연말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교도소 여자 수감자들이 합창공연을 하는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재소복 대신 드레스를 입은 채 공연하는 것이 저에겐 무척 강한 인상을 주었죠. 그게 영화의 출발이에요."

김윤진·나문희 주연의 '하모니'는 지난해 6월 19일 크랭크인에 들어가 57회차 촬영을 마치고 오는 28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작품은 국내에선 처음으로 여자 교도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강 감독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촬영에 앞서 취재차 국내 유일의 청주 여자교도소를 살펴봤는데 여죄수 중에는 의외로 존속살인 같은 중범죄자가 많더군요. 아무래도 여자들이 약하니까 흉기로 남자를 제압하다보니 큰 죄를 지은 장기수가 대부분이더군요."

쇠창살, 높은 담장, 그리고 무거운 과거를 지닌 그들이었지만 강 감독은 여기에 색다른 옷을 입힌다. "죄를 짓고 가족과의 관계가 단절되고 붕괴됐지만 그들은 답장없는 편지를 쓰고 반성하고 있어요. 이들이 극중에서 부르는 합창은 헤어진 가족과 사회를 만나고 싶은 마음을 담은 희망의 메시지죠."

신예 감독임에도 배우 캐스팅 운이 좋았다. 할리우드를 오가며 활동하는 김윤진과 '국민 엄마' 나문희를 투 톱으로 내세운 것. "김윤진씨는 정말 캐릭터 연구를 많이 해 특별한 조언이 필요없을 정도였고, 극중 합창단 지휘를 맡은 나문희씨는 음악을 전공하는 자식들이 많아 '연습벌레'일 만큼 준비를 많이 해 연출하기에 편했어요."

배우 캐스팅 운만 좋은 것이 아니라 강 감독 개인적으도 지난해 겹경사를 맞았다. '하모니'를 통해 충무로에 데뷔했고 '해운대' 스태프이자 헤어팀장인 동갑내기와 지난해 12월 결혼에 골인한 것. 두 사람 중간에서 윤제균 감독과 배우 설경구가 적극적인 '지원사격'을 했다고 귀띔한다.

고교 시절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편부슬하에서 2녀1남의 막내로 자란 강 감독은 '순둥이' 같은 첫인상을 풍기지만 영화 현장에선 꽤나 야무졌다. 게다가 데뷔 감독이라고 영화 철학까지 잊고 싶지 않았다. "나름의 원칙을 정했어요. '가급적이면 번복하지 말자' '목표를 향해 가는 건 감독이나 배우나 다르지 않다' '결국 나름의 컬러(색깔)를 갖자'며 촬영에 임했죠."

그래서일까. 개봉을 앞두고 후반작업이 한창이지만 스태프 등 제작진과의 기술시사회에선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을 만큼 작품이 잘나와 '해운대'에 이어 연타석 흥행홈런이 기대된다는 평이다.

김호일 선임기자 tok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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