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아이들에 꿈 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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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네팔 국기를 들고 입장하는 셰르파.


"네팔에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을 세워 어린이들에게 꿈을 키워주고 싶어요."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하는 40대 네팔인이 제21회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크로스컨트리 15km 프리스타일 종목에 출전해 눈길을 끌었다.

막노동 40대 다치히리 셰르파

남자 크로스컨트리 출전 눈길


화제의 인물은 이번 대회에 네팔 선수로서는 유일하게 참가한 다치히리 셰르파(41)씨.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개막식 때 네팔 기수로 국기를 들고 입장한 그는 16일 오전 휘슬러 올림픽 파크에서 펼쳐진 크로스컨트리 15km 경기에 출전해 44분26초5의 기록으로 92위를 차지했다.

에베레스트 산 아래 마을 솔루품부에서 태어난 셰르파는 당초 크로스컨트리를 몰랐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눈만 보고 자란 그였지만 네팔에는 크로스컨트리라는 경기가 잘 알려지지 않았고, 당연히 경기장도 없었기 때문이다. 셰르파는 "외국인들은 '네팔은 눈 덮인 산이 많아서 스키장도 많을 것'이라고 오해한다"면서 "하지만 네팔의 현실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를 연결하는 코스에서 열리는 울트라마라톤 대회에 꾸준히 참가하는 산악 마라토너로 알려지면서 크로스컨트리에 입문하게 됐다. 그가 울트라마라톤에서 우승하자 네팔올림픽위원회가 "크로스컨트리를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는 것.

그 이전까지 스키 장비를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는 그는 "마라톤을 한 게 많은 도움이 된다. 166km를 한 번도 쉬지않고 달린 적도 있다"면서도 "스키를 할 수 있게 됐지만 아직 기술은 떨어진다"고 아쉬워했다.

셰르파는 앞으로 인생의 목표가 한가지라고 밝혔다. "언젠가 네팔에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을 만들 수 있다면 무척 행복할 거예요." 눈 덮인 히말라야 산맥에서 어린이들이 스키를 즐기는 모습을 그는 꿈꾸고 있다.

남태우 기자 l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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