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던졌고 저는 찔러요"
차세대 한국 사브르 종목의 희망으로 떠오른 윤지수 선수. 사진제공=부산디자인고부산디자인고 펜싱 선수 윤지수(18)는 이력서를 작성하면 써 넣을 내용이 너무 많다.
먼저 그는 펜싱 청소년대표이자 국가대표 상비군 선수다. 둘째 그는 차세대 한국 사브르 종목의 대표주자다. 한국펜싱 사상 첫 올림픽 사브르 종목 금메달을 따낼 것으로 기대받는다.
윤학길 딸 디자인고 지수 양
펜싱 청소년대표 활약 눈길
첫 올림픽 사브르 금 기대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가 가장 주목받는 이유. 윤지수는 '고독한 황태자'의 딸이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대표적인 투수였던 윤학길(현재 LG 트윈스 투수코치) 씨가 그의 아버지다. 윤 코치는 1986~1997년 롯데에서 뛰며 117승을 달성했다. 국내 프로야구 사상 전무후무한 '100 완투'라는 대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1남1녀를 둔 윤 코치는 당초 윤지수의 오빠에게 운동을 시키려고 했단다. 하지만 오빠는 '부전자전'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운동신경이 썩 좋지 못했던 것은 물론이거니와 스포츠에 흥미조차 별로 없었다는 것.
반면 윤지수는 어릴 때부터 운동에 소질을 보였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태권도 선수로 활약했다. 펜싱부가 있는 양운중에 입학한 그는 펜싱의 현란한 스피드와 우아함에 반했다. 감독에게 직접 찾아가 펜싱을 하고 싶다고 부탁했다.
부산디자인고에 진학한 뒤 천부적인 소질과 승부욕은 윤지수의 실력 향상에 거름이 됐다. 고 1, 2학년 때 전국대회에서 준우승을 여러 차례 차지한 그는 올해 고 3이 되면서 성숙한 기량을 과시했다. 지난달 중고펜싱선수권대회에 이어 세계청소년선수권 파견선수선발전에서 꿈에 그리던 우승을 차지한 것.
그는 지난 11일 폐막한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그러나 예선 7위와 본선 10위에 머물며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스피드와 경험이 다른나라 선수들에 비해 아직은 열세였던 게 원인이었다.
이 같은 실패는 그에게 오히려 약이 됐다. 약점을 더욱 보완해 다시 한번 세계 제패에 도전하겠다는 각오가 더 강해진 것이다. 윤지수는 "아버지가 물려준 운동 감각과 어머니의 열성적인 뒷바라지 덕택에 운동을 즐기고 있다"면서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에서 꼭 금메달을 따내 부모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변현철 기자 byunh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