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신] 이 학교 나오면 재벌된다…진주 지수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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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천리길 경남 진주시를 찾으면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재벌들의 산실에서 재운을 한껏 받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경남 진주시 지수면 승산리 195-2번지를 찾으면 사람들은 부자의 기운을 얻어갈 수 있다. 진주시내에서 차로 20여 달리면 지수면 소재지에 위치한 옛 지수초등학교가 바로 그곳이다. 지은 지 90년이 넘는 옛 초등학교 교정을 가면 학교 건물 앞에 떡 버틴 ‘재벌 소나무’를 만날 수 있다.

원래 이 나무는 두 그루였지만 언제부터인가 뿌리가 합쳐져 지금은 한 그루처럼 보인다. 지수초등학교는 1921년 5월 개교한 이후 연암 구인회 LG창업주와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나란히 한 그루씩 심었다고 해 '재벌송(財閥松)'이라고 불리는 나무가 있다.

1907년 출생한 연암 구인회는 1921년 지수초등학교 2학년에 편입해 1924년 중앙고보로 전학하기 전까지 다녔다. 호암 이병철은 1922년 3월 편입해 그해 9월 서울 수송보통학교로 전학하기까지 지수초등학교 학생이었다. 1922년 출석부에도 연암은 6번, 호암은 26번으로 기재되어 있어 당시 같은 반에서 함께 공부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지수초등학교는 대한민국 재벌들의 산실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많은 경제인을 배출했다.
3회 졸업생인 연암의 동생인 구철회 LG그룹 창업고문, 5회 허정구 전 삼양통상 명예회장, 11회 구정회 전 금성사, 13회 허준구 전 GS건설 명예회장, 14회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15회 구평회 전 호남정유 사장, 17회 구두회 전 LG사장, 18회 허신구 LG명예회장 등이 이 학교 출신이다. 연암의 장남인 구자경 전 LG그룹 명예회장은 이 학교에서 교사로도 근무한 적 있다.
연암과 호암이 함께 뛰놀던 지수초등학교, 한때 폐교 위기에도 동문회가 나서 장학금을 내걸었지만 결국 저출산의 대세 속에 학생들이 줄면서 2009년 3월 1일자로 인근 ‘송정초등학교’와 통폐합되었고, 학교는 지수초등학교로 바뀌었다. 옛 지수초등학교와 현 지수초등학교는 차로 10분여 거리에 있다.  
옛 지수초등학교를 둘러싼 승산리 일대는 돈이 모이는 명당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이곳의 대표적 집안이 GS그룹의 허씨와 LG그룹의 구씨 일가다. 구한말의 만석꾼인 허준과 그 아들 허만정은 독립운동의 자금을 대고, 진주여고를 세웠다.

지수면에는 일제강점기에도 만석꾼이 한 집, 오천석 꾼 세 집, 천석꾼 여덟 집 정도가 있었다고 전하는데 당시 영업용 택시가 무려 두 대나 있었다니 비싼 요금을 지불하고 탈 재력을 가진 이들이 이 마을에 많았다는 증거다.

김종신 시민VJ haechansol71@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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