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 함께 행복찾기] '헬리콥터 부모'가 아이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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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의 베트남 전쟁에서 베트남군 150만 명, 민간인 150만 명, 미군 6만 명, 한국군 5천 명이 사망했다. 이 전쟁의 와중에서 미군 병사를 보호한 것은 정글 위를 쉴 새 없이 날던 아파치, 코브라, UH-IH(작전지원기)와 같은 헬리콥터였다. '부상자 발생 오버', '보급품 지원 오버'하며 부르면 즉시 출동해 병사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레오나르드 다빈치가 하늘을 나는 물체를 스케치했는데 이를 본 한 과학자가 헬리콥터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 현대판 헬리콥터가 전쟁터에 있지 않고 항상 학교 주변을 맴돌고 있다. 아이의 주변을 맴돌며 자녀 문제에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간섭한다. 일명 '헬리콥터 부모'다. 유사용어도 많다. 미국에서는 최근 자식 곁에 찰싹 붙어 떨어지지 않는 벨크로(Velcro) 즉, '찍찍이 부모'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일본은 엄마와 아들이 늘 세트로 다닌다고 해서 '캡슐 모자(母子)'라고 부른다.

'안전과 보호' 빌미
아이 주변 맴돌며 간섭
성인 때까지 이어져
자립할 기회 아예 봉쇄


문제는 단지 어릴 때에 일시적으로 안전과 보호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성인이 된 이후에도 지속된다는 점이다. 유아기 때 크레파스를 손에 쥐여주는 것에서부터 커서는 자녀의 학교, 친구관계, 연애, 결혼문제까지도 관여하고 조종한다. 일상의 소소한 일마저도 부모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자녀는 결국 공주병, 왕자병, 캥거루족, 마마보이, 초대딩(초등학생만도 못한 대학생)으로 전락한다.

헬리콥터 부모의 극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놀다 다칠 수 있다고 놀이터의 그네를 없애 버리기도 하고, 강의 도중 엄마의 전화를 즉시 받지 않으면 혼난다며 당당히 나가는 대학생도 있다. 심지어 애인에게 뽀뽀하기 전에 엄마한테 허락받는 웃기는 상황도 벌어진다.

군대 가서도 마찬가지이다. 헬리콥터 부모는 이때 변신을 시도한다. 현역 생활을 '극기 훈련 기간'으로 착각한다. 오늘은 아들 전화를 받지 못했다고 어디 아픈 게 아니냐며 전화 바꿔달라고 애원하는 애걸형이 있다. 행동파형은 소대장을 담임선생님 격으로 본다. 면회 청탁은 물론 촌지까지 서슴없이 내민다. 막가파형은 '내가 너(자녀의 상사)를 그냥 확 잘라버릴 수 있어!'라고 협박도 불사한다. 신파조형은 아들이 보초 서는 새벽시간에 담벼락 너머로 특별식 '투척'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 군대 간부들 사이에서는 '이등병'을 '이등별'이라고 농담 삼아 부른다. 귀하신 이등별의 심기를 잘못 건드리면 징계는 물론 영창까지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외국에서도 비일비재하다. 중국에서는 학부모가 교실로 쫓아가 둔기로 선생님을 죽이는 사건이 있었다. 선생님이 장난친 아이의 머리를 책으로 쳤다는 게 이유이다. 미국에서도 자녀의 대학 학점은 물론 자녀 직장의 연봉협상까지 한다.

이렇게 헬리콥터 부모가 증가되는 원인은 경제력, 한 자녀로 인한 과보호, 부모의 고학력 등을 들 수 있다. 헬리콥터 부모가 자녀가 성장할 기회를 송두리째 뽑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자녀의 나이에 걸맞은 자율과 책임을 부여해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제관념과 시간 관리법도 가르치고, 시행착오를 통한 갈등의 해법을 찾고, 실망과 좌절에서 일어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철없는 부모가 매스컴을 연일 장식한다. 가수 태진아는 아들 이루의 스캔들을 온 몸으로 다 막아준다. 딸의 특채를 위해 시험규정까지 다 바꿔버린 장관도 있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뜻이다. 헬리콥터 부모가 지나치면 결국 폭격기 부모가 되어 자녀의 인생을 망친다. 건강한 부모만이 건강한 자녀를 키울 수 있다. 자녀의 선택과 의견을 존중해 주고 믿어 주자.

황미용 교육 사이트 아삭(www.asak.co.kr) 운영자. 맘스쿨 창의력 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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