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고독사'는 자살의 한 유형, 내면부터 점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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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이 사체로 발견된다. 시신의 부패 정도로 보아 사망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으로 추정된다. 한 몸 겨우 누울 정도로 좁은 방에는 썩는 냄새와 함께 먹다 남은 음식물 찌꺼기와 약 봉투가 여기저기 널려있다.

고독사(孤獨死)를 생각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장면을 떠올린다. 열악한 환경, 단절된 대인관계, 홀로 사는 노인, 전화도 전기장판도 없는 도시의 고립된 빈민가….

환경적 요인 따른 '고립사'와 다른 개념
도움 거부·자발적 선택으로 죽음 이르러

그렇다면 이런 장면은 어떠한가? 도시의 최고급 아파트에 사는 미모의 여배우가 죽은 지 일 주일이 지난 후에 시체로 발견된다. 그녀는 생전에 신체적으로 건강하였고,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었으며, 많은 사람들과 대인관계를 갖고 있었다.

이런 것도 고독사라고 하면 사람들은 혼란을 느낄 것이다. 고립과 고독을 혼동하기 때문이다.

고립과 고독은 다른 개념이다.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다고 해서 고독으로 고통 받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고 해서 고독감을 느끼지 않는 것도 아니다. 고독은, 인간이라면 그 누구나 경험하는, 피하기 어려운 자연스러운 감정이기 때문이다.

고독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혹은 자신과의 관계에서 거리감이 생겼을 때 생겨나는 본능적인 감정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위의 사례에서 전자는 고립사(孤立死)에 가깝고, 후자는 고독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만약 경제적 궁핍, 독거노인, 신체질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스스로를 돌보지 못해 죽는 경우를 고독사라고 정의한다면, 그 해결책은 복지 차원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나 도움을 받지 못하기보다는 도움을 거절한 채 혼자서 쓸쓸히 죽어가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독을 강요 당하기보다는 자발적으로 고독을 선택하여 죽음으로 가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유형의 고독사는 자살의 한 형태로 보아야 한다. 빈곤과는 상관없는 고독사는 환경적 고립보다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결핍된 사회적 고립이 훨씬 문제가 된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사회적 고립보다는 정서적 고립이 문제의 핵심이다. 사람들을 만나는 횟수나 빈도, 즉 사회적 교류의 양이 아무리 많아도 자신이 버림받았다는, 또는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라는 감정적 고립 상태에 빠지면 고독사의 위험은 증가한다. 그런 점에서 이런 유형의 고독사를 예방하려면 복지보다는 정신건강 측면이 훨씬 중요하다.

기억해야 할 점은 대인관계의 부족이 고독의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고독감을 느끼기 때문에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긴다. 고독은 주관적인 경험으로 외부 요인이나 상황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은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고독감을 느끼게 되고 그 원인을 외부의 사람이나 사건으로부터 찾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별 이유가 없는데도 쓸쓸하다거나 허무하다거나 고독함을 느끼는 사람은 먼저 자신의 내면부터 점검해야 한다.

김철권·동아대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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