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찬의 통기타 음악창고] (23) 유난히 수줍었던 '얼굴'의 가수 윤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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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월간팝송 주최 제2회 아마추어 포크싱어콘테스트에 게스트로 출연한 윤연선. 김형찬 제공

가수들을 접하다 보면 저렇게 수줍음을 많이 타고 소극적인 사람이 어떻게 자신을 드러내는 가수가 되었을까 하는 사람이 있다. '얼굴'이라는 노래로 잘 알려진 윤연선이 그런 경우다. 그녀의 가족을 살펴보면 더욱 이해가 안 된다. 언니는 KBS의 성우였고 오빠는 유명한 배우 윤양하이다. 큰 키에 항상 긴 생머리를 하고 원피스를 즐겨 입었던 윤연선은 자신도 모르게 청년문화의 여성적인 아이콘을 따라가고 있었다.

고교 1학년 때부터 YMCA의 '싱얼롱 Y'에 나갈 정도로 노래를 좋아했던 윤연선은 재수생 시절이던 1972년 KBS배 쟁탈 전국 노래자랑 월말대회에서 1등을 하고 여기에 선발된 아마추어 가수 6명과 함께 KBS의 '새별무대'에 출연하여 이수만의 자작곡을 불렀다. 이것을 계기로 현재 국제적인 제작자가 된 이수만과 함께 음반을 제작하게 되었는데, 이 음반이 1972년 10월에 이종환의 제작으로 오아시스에서 발매된 시리즈 앨범 'Oasis Folk Festival Vol.6'이다.

1972년 방송사 노래자랑대회 입상 계기 데뷔
히트하던 번안곡 '고아' 금지곡 되자 활동 접어


1972년 당시 박인희와 결별 상태이던 '뚜아에무아'의 이필원은 작곡 발표회를 열었는데 여기에 윤연선이 초대가수로 노래를 불렀다. 호흡이 잘 맞는다고 느낀 이필원은 듀엣멤버를 제의했다. 5개월간 연습을 하고 취입을 위한 녹음까지 마쳤으나 이필원이 문제였다. 박인희와의 화음을 이상적이라 생각하고 있었던 이필원은 화음이 잘 안 맞는다고 발매를 포기해버린 것이다. 그냥 버리기가 아까웠던 음반사는 오세은의 곡을 더 수록해 1972년 11월 '평화의 날개'라는 윤연선의 독집으로 발매했다. 여기에 수록된 이필원과의 듀엣곡 '그리운 사람'을 들어보면 상당히 괜찮은 수준의 화음이다. 이필원의 박인희에 대한 미련이 상당히 강했음을 알 수 있다.

윤연선의 대표적 히트곡 '얼굴'은 1974년에 발표된다. '얼굴'은 전래가요로 떠돌던 곡인데 이 곡을 부르고 싶었던 윤연선은 작곡자를 수소문하여 동도 중학교에서 음악교사를 하고 있는 신규복을 찾아갔다. 신규복은 음악실에서 자신의 피아노 반주로 윤연선이 '얼굴'을 부르는 것을 들어보고 노래에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취입을 허락했다. '얼굴'이 히트하면서 이름이 알려지고, 통기타가수들과 어울려 방송출연도 잦아지게 된다.

1975년에 발표한 네 번째의 음반에는 프랑스 샹송을 번안한 '고아'를 수록했다. '얼굴'에 이어 '고아'의 히트로 방송과 음반취입의 제의가 몰려들던 무렵 '고아'는 '지나친 비정과 불신감 조장'이란 이유로 금지곡이 되어버렸다. 그렇잖아도 소극적이던 윤연선은 더욱 위축되어 활동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 속이 탔던 음반사는 급기야 금지곡 '고아'를 빼고 음반을 다시 발매했다. 인기상승에 수반되는 적극적 활동요청과 음반사의 상업적 이해타산은 윤연선의 기질과는 반대되는 것이었다. 결국 윤연선은 활동을 그만두게 된다.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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