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 썰물] 욕의 사회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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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사용하는 욕의 유형을 정리한 논문이 부산 교육자들에 의해 최근 발표돼 화제다. 악담의 '쌍욕'(개만도 못한 놈), 비아냥거림의 '방귀욕'(귀신이나 잡아가지), 꾸지람의 '채찍욕'(오만방자하기가 후레자식 같은), 유희의 '익살욕'(오줌에 씻겨 나와 똥물에 헹군 놈) 등 4가지로 정리했다.

욕은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는 게 제일 좋다. 특히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 오가는 조잡한 상소리들은 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가슴에 무엇이 꽉 차 답답할 때 욕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더러 있다. 욕은 기분을 상하게도 하지만 상대와 장소를 가려서 잘 사용하면 친근감이나 심지어 해방감을 느끼게도 한다. '황산벌' '마파도' 등의 '욕표 영화'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도 하고, 욕을 먹으러 욕쟁이 할머니의 음식점을 일부러 찾아가기도 한다. 또 김구라의 독설과 박명수의 호통개그에 열광한다.

욕쟁이 할머니의 욕설 신드롬에 대해 학자들은 '억압된 욕망의 해소와 카타르시스'라는 프로이트적 해석을 내놓는다. '의외의 선택, 뜻밖의 심리학'의 저자 김헌식은 욕쟁이 할머니의 욕은 대통령에서 백수까지 그 누구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에 욕을 듣는 이들에게 평등이라는 수평적 심리의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 준다고 분석한다. 진정성을 상실한 채 상술을 위해 억지 웃음을 강요당하는 현대인들의 고독과 우울함(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이 욕쟁이 할머니의 날것 그대로의 욕설을 통해 시원하게 배설되는 쾌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김열규 서강대 명예교수는 "경위 없이 잘 나가고 얌치 없이 지체 높고 점잖은 축들보다 백 배 나은 게 욕"('욕, 그 카타르시스의 미학')이라며 사회지도층 위선자들에 대한 욕의 민중 저항적 속성을 짚어낸 바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얼마나 많은 정치인들이 또 욕을 먹을 것인가. 백태현 논설위원 hy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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