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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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저곳에서 친구들이 출마한단다. 그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이제 내 나이도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반성한다. 얼마 전 후배로부터 선배의 자세를 교육받았다. 지갑을 열고, 말을 적게 하고, 일찍 자리를 떠나줘야 좋은 선배란다. 반성한다. 기회 있을 때마다 좋은 도시 만들기에 대한 주장과 제안들을 해왔다. 세습되지 않는 분배 정의 구현, 견제와 균형, 유연한 조직, 창조적 아이디어, 품격 높은 문화 의식, 세련된 도시 공간, 소통, 조화, 더 젊은 생각과 열정.

바랐던 건 먹고 사는데 큰 지장 없이 조금만 더 행복한 일상이었는데, 돌이켜 보면 너무 큰 목소리와 이야기에 일조하고 있었다. 반성한다.

요즘은 내 본연의 일을 좀 더 잘하고 싶다. 조건과 구조를 따지기 전에 내가 정말 좋아하는 구체적인 일과 일상에 집중하고 싶다. 나 때문에 누군가가 상처받지 않고 기뻐할 수 있는 작은 일. 그게 더 나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다. 이젠 좀 더 솔직해져도 좋을 나이가 되었다 생각한다. 보다 구체적인 삶의 증거를 생각하며 나는 오늘도 반성한다.


김승남 건축사

◇약력=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환경대학원에서 건축과 도시설계 전공, 독일에서 건축 유학과 실무.  현재 ㈜일신설계종합건축사사무소 사장, 동아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 부산시 도시디자인 심의위원. '도시건축포럼B', '아름다운 도시를 꿈꾸는 사람들' 등 건축과 도시 관련 활동.

※ 오늘부터 김승남 건축사의 일기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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