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얼굴책(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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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처럼 '페이스북(Facebook)'에 들어갔다. 막연했던 거부감을 뒤로 하고 인터페이스에 얼굴을 띄우자마자 시공을 초월하여 친구들과 줄이 닿는 첫 경험은 놀라웠다. 그들 동향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함께 숨 쉬고, 몰랐던 이들이 나이와 신분 상관없이 친구라는 이름으로 통합되었다. 지금까지의 인간관계가 새롭게 정의되고 진화되는 경험을 하며 공동체 회복과 새로운 소통의 지평이 열린 것 같았다.

하루를 페이스북에 로그온하며 시작하고, 시간 날 때마다 들어가 내 존재와 삶의 전적, 사소한 주장과 감정까지 고백했다. 이젠 외롭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동창회 모임에서 대화 대신 각자 휴대전화로 페이스북을 들여다보는 모습을 보며 내가 여기서 무얼 찾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와 페이스북을 되돌아보며 오히려 타인에 대한 선입견은 늘고, 더 이해하게 된 친구가 적음에 놀랐다.

우리는 당연한 것처럼 철근콘크리트, 강철, 판유리라는 재료들 속에 살고 있지만, 이렇게 된 것이 당시 주거에 대한 고민보다는 산업과 사회적 소비를 위해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을 바꾼 결과였음을 생각한다. 지금 우리 삶의 지배적 양식이 된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 수많은 프로그램과 앱들 앞에서 뒤늦은 의심을 시작한다.

점점 정치 선전, PR, 마케팅의 장이 되어 가는 페이스북이 오늘 따라 더 낯설어진다. 도구가 세계를 지배할 수는 있어도 삶의 목적과 의미를 대신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한다. 페이스북은 그저 인터넷으로 옮겨진 인명부일 뿐, 여전히 소중한 관계와 가치를 위한 노력은 숙제다.

다시금 사이버 환경 속의 나를 돌아볼 비판적 거리와 페이스북에 없는 친구들을 생각한다.

김승남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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