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법 '낙동강살리기 사업' 위법 판결 "보·준설 등 '예타' 누락… 원상회복은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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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한 낙동강 살리기 사업이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민소송단은 4대강 사업의 위법성이 확인된 만큼 현 상태에서 즉각 공사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낙동강 사업 위법" 첫 판결=부산고법 행정1부(재판장 김신 수석부장판사)는 10일 "국가재정법 제38조와 시행령 제13조는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사업의 경우 경제성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낙동강 사업 중 보의 설치, 준설 등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누락해 행정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보의 설치가 재해예방 사업이라고 볼 수도 없고, 준설 등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시킬 정도로 시급성이 인정되는 사업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낙동강 사업의 시작부터 위법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고, 재해예방을 위해 보가 필요하다는 정부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이번 판결은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소송 중 위법성을 인정한 첫 판결이다. 국민소송단은 잘못된 행정에 대한 사법적 통제가 회복된 것이라며 이번 판결에 의미를 부여한다.


국민소송단 "사실상 정부 패소"
국민손배소 추진 등 파문 확산



△사업 취소되면 또다른 혼란=재판부는 국민소송단 1천791명이 국토해양부장관 등을 상대로 제기한 '하천공사 시행계획 취소' 청구 소송에 대해서는 모두 각하 또는 기각했다. 1심과 같은 것이다.

재판부는 "보 설치가 거의 완성됐고, 준설 역시 대부분 구간에서 완료돼 이를 원상회복한다는 조치는 국가재정의 효율성은 물론 기술·환경적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피고의 행위는 위법하지만 공익을 위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사정판결(事情判決)'이다.

소송에 참여한 생명그물 이준경 정책실장은 "이번 판결은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사실상 위법한데, 단지 공사가 이미 진행됐기 때문에 중단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며 "정부가 패소한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공사 중단이 최선"=이번 판결은 현재 진행 중인 4대강 사업의 계속 여부를 둘러싼 논란에 불을 붙였다.

소송변호인단 정남순 변호사는 "판결 등을 종합할 때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게 나중에 들 비용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다"고 밝혔다.

4대강 반대 단체들의 모임인 '4대강되찾기연석회의'도 10일 성명서를 내고 "4대강 사업과 제2의 4대강 사업인 지류·지천 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특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영남 지역 환경단체와 학계는 지난해 10월부터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 재퇴적, 하천 환경 변화 등에 대해 대대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보 균열, 교량 붕괴, 농경지 침수, 수생태계 변화 등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사법부가 위법성까지 인정한 만큼 선거 국면에 핵심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민소송단은 대법원에 상고하는 한편, 국민손해배상 청원 소송단 구성을 검토하고 있어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김마선 기자 m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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