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수다] '소년이 그랬다' 모처럼 연기와 음악이 살아있었다고…
청소년 극 '소년이 그랬다'. LIG아트홀부산 제공·소년이 그랬다(LIG아트홀부산)=어른이 청소년의 감성과 언어를 어설프게 흉내 낸 것이 아니라 제대로 만든 청소년 극. 청소년 서포터스를 모집해 제작 과정에 청소년이 직접 참여한 만큼, '레알' '헐' 등 그들만의 언어가 어색하지 않고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단 몇 초 만에 중학생 소년에서 형사로 변신하는 두 배우의 연기와 몰입도 또한 훌륭했다. 철근 구조물을 세워놓은 공사장은 때론 아파트, 때론 재개발 구역의 폐가로 변신하며 연극적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했다. 거기다가 연극에서는 드문 라이브 연주까지. 오래간만에 언어, 연기, 음악 모두가 살아 있는 연극을 봤다. 박진숙 기자
·정은율의 'City hole'(갤러리 봄)=매니큐어로 그린 그림이라는데,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듯 너무도 자연스럽다. 도시 재정비라는 이름 아래 이뤄지는 낯선 도시 풍경들. 작가는 본래 있던 풍경을 너무 쉽게 지워버리는 도시가 모순덩어리로 보였던 게다. 화려하지만 언제라도 지겨워지면 단박에 지워버리는 매니큐어. 작가는 그런 도시 위에 매니큐어로 얼룩의 이미지를 마블링하듯 화려하게 표현해 놓았다. 성냥갑 같은 아파트가 들어서고, 거대한 자본이 사람을 밀어내는 도시. 그곳엔 추억과 기억은 지워지고 흙냄새도 사라진다. 언제쯤 그 기억, 그 공간의 소중함을 알려나? 정달식 기자
·옥탑방 왕세자(SBS 수목드라마)=11일 선거방송 때문에 결방된 드라마가 12일 연속 방송된다기에 이어 보는 즐거움이 있겠다 했는데, 하나만 보여주고 끝나는 것이 아닌가. 어찌 된 일인가 싶어 SBS 홈페이지로 들어가니 게시판에는 시청자들의 항의 글이 폭주하고 있다. 당일 급하게 바뀌었다는데 배경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역시나 '생방송'에 가깝게 제작되는 드라마의 여건상 다음 회가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 건 아닐까. 한국을 뛰어넘어 일본, 동남아, 남미까지 휩쓸고 있는 한류 드라마의 위상 뒤에는 일주일 밤새우는 건 예사라는 제작 스태프의 고혈이 있음을 알까.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드라마 제작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정말 바꿀 수 없을까. 그나저나 1위까지 승승장구한 이 드라마가 그 자리를 지키려면 세나의 악한 행동에 대한 공감 가는 스토리가 꼭 필요하다. 12일 방송분 역시 너무나 뻔히 예상되는 세나의 행동을 보며 재미가 뚝 떨어졌다.
김효정 기자
·버스커 버스커 1집(버스커 버스커)=꾸미지 않은 감성이 감정을 흔든다. '여수 밤바다'란 노래에 꽂혔다. 늦은 밤 문득 창문을 열었을 때 환한 달빛과 함께 흘러들어온 아카시아 꽃향기를 맡은 기분이다. 타이틀 곡 '벚꽃 엔딩'은 경쾌한 리듬이 귀에 착착 감긴다. 사랑에 빠졌을 때 들뜬 마음이 봄 정취와 얼마나 어울리는지 노래를 들으면 금세 알 수 있다. 보컬에 몰입할 수 있는 곡 '외로움 증폭장치'도 강추. 김종균 기자
·도다리를 먹으며(김광규)='우리의 모습이 너무도 낯설어/온몸을 푸들푸들 떨고 있는/도다리의 몸뚱이를 산 채로 뜯어먹으며/묘하게 두 눈이 오른쪽에 몰려 붙었다고 웃지만//아직도 우리는 모르고 있다/오른쪽과 왼쪽 또는 왼쪽과 오른쪽으로/결코 나눌 수 없는/도다리가 도대체 무엇을 닮았는지를'('도다리를 먹으며' 중). '시인세계' 2012년 봄호에 실린 시다. 도다리는 이해할 수 있을까. 진보와 보수, 야당과 여당, 북한과 남한을 좌우로 분류하는 인간의 행태를. 눈이 한쪽에 몰린 이 물고기를 좌우 대립을 넘어설 상징으로 본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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