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과 여백] 무용-'젊고 푸른 춤꾼 한마당'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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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에 충격을 가하는 새로운 몸짓-감각들

김영찬의 '먼지, mungey'.

전국에서 유일하게 새내기 춤꾼들만을 위한 춤판이 부산에 있다. 민족미학연구소가 주최하는 '제18회 신인춤제전-젊고 푸른 춤꾼 한마당(4월 6~8일, 부산민주공원)'을 일컫는 말이다. 매년 부산과 경남 지역의 무용학과 졸업발표 작품에서 '가려 뽑은' 작품들로 꾸려지는 이 춤판은 해를 거듭할수록 작품의 수가 늘어나고 작품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뜨거운 공연의 열기를 더해 가더니 어느덧 올해로 18회를 맞이하였다.

젊은 춤꾼들의 온갖 노력과 짙은 열정이 응축된 작품들로 구성되는 이 춤판은 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새내기 춤꾼들의 등용문이면서, 부산 춤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이 무대에서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춤 색깔을 발휘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올해 무대에 오른 23개의 작품 가운데 이러한 의도에 꼭 들어맞아 '범례'가 될 만한 몇몇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여기서 범례는 기존의 것을 그대로 반복하는 게 아니다. 그것은 모범이되 단 하나의 모범, 일회성의 모범을 창안하는 것이다. 삶과 현실을 예민하게 탐사하는 젊은 춤꾼들의 새로운 몸짓-감각으로 빚어진 범례로서의 작품으로, 기존의 춤, 기성세대의 춤은 매번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게 되는 것이다.

올해 무대에 오른 수십 개의 작품 중 특히 두 작품이 아주 빼어났다. 우선 트러스트무용단의 김영찬은 '먼지, mungey'에서 먼지의 존재론을 춤으로 펼쳐낸다. 공중에 떠도는 먼지는 의인화된 춤으로 시각화된다. 마치 가장 하찮은 것과 가장 거룩한 것이 서로 별개가 아니라는 듯, 부유하는 먼지와 춤추는 몸은 공명한다.

이용진의 'GUILTY'는 이성적 사유에 대한 몸적 상상력의 우월을 선언하는 춤이다. 가느다란 조명 빛에 드러난 근육의 결을 섬세하게 놀리는 그의 몸짓은 사유를 자극하는 몸의 역능을 수려하게 표현하고 있다. 판에 박힌 일상적 사고를 전복하는 두 춤꾼의 발상은 신선하고, 이것을 표현하는 기법도 매우 참신하다.

기성세대 무용수들의 몸과 의식은 세월의 흐름과 함께 점차 굳어지고 코드화된다. 하지만 젊은 춤꾼들의 춤 추는 몸은 '탈영토화'되며 생명의 약동과 자유를 노래한다. 그들의 표현은 기성세대보다 다소 거칠고 투박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들에게는 새로움을 향한 솔직하고 저돌적인 실험정신이 있다.

'젊고 푸른 춤꾼 한마당'에서는 개성이 뚜렷하여 자신의 춤 세계를 의욕적으로 구축해 나가는 젊은 춤꾼들을 자주 보게 된다. 삶과 현실에 밀착한 몸의 깨달음으로부터 나오는 새로운 몸짓-감각과 춤 언어로 무장한 이들은 지역 춤의 밝은 전망을 세우는 토대가 될 것이다.



최찬열 춤 평론가


국립모스크바대학에서 인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소속 민족인류학연구소에서 인류학 박사 과정을 마쳤으며, 다시 부산대학교에서 미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부산민예총의 부산문화정책연구소 소장과 거리예술 창작단체 '랄랄라 스트라다'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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