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테마여행] <73> 청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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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뒷맛 개운하게 하는 '맛의 마술사'

청각은 길이 10~30㎝, 굵기가 1.5~3㎜ 정도의 녹조류이다. 짙은 녹색으로 줄기는 대롱처럼 속에 구멍이 있고 손가락 모양으로 불규칙하게 갈라져 자라 사슴 뿔 모양을 이룬다.

주로 파도의 영향이 적은 얕은 바다 속의 돌, 바위 또는 조개껍데기 등에 붙어 산다.

늦봄부터 초가을까지 생육 왕성
열 내리는 해열식품으로 많이 쓰여


우리나라에서는 청각이 사슴뿔 모양으로 생겼다 하여 녹각채(鹿角菜) 또는 청각채라 부르며, 영어권에서는 '바다의 사슴뿔'이란 의미로 '시 스태그혼'(Sea staghorn)이라 부르고 , 일본에서는 '바다의 소나무'라는 뜻으로 '미루'(海松)라 부른다.

청각은 어린 개체가 초겨울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늦은 봄에서 초가을까지 왕성하게 자라고 늦은 가을부터는 차차 쇠퇴해 한겨울에는 완전히 소실되는 1년생 해조류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청각채는 감촉이 매끄러우며 빛깔은 검푸르고 맛은 담담하여 김치 맛을 돋운다. 5~6월에 나서 8~9월에 다 성장한다'고 기록돼 있어 청각이 예로부터 김치의 맛을 내는 부재료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청각은 김치에 불가결의 양념이다. 청각의 향기는 젓갈이나 생선의 비린내를 완전히 가시게 하고, 맛이 과하여 질리는 것이나 마늘 냄새로 역겨운 것도 중화시킨다.

청각은 김치의 맛을 고상하게 하고, 먹고 난 뒷맛을 개운하게 하는 맛의 마술사이다.

청각은 살짝 데쳐서 나물처럼 무쳐 먹기도 한다. 살짝 데친 청각의 물기를 꼭 짜서 잘게 썬 후 된장, 마늘, 깨소금, 양파, 청량고추, 홍고추를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새콤한 맛을 좋아하고 금방 먹을 거라면 된장 대신 식초를 넣어도 좋다.

청각 된장무침이나 초무침은 무더위에 입맛 없을 때 여름 반찬으로는 그만이다. 바닷가에 고향을 둔 사람들은 나물처럼 초를 쳐서 무쳐 먹을 때 오돌오돌 씹히는 청각의 촉감과 맛을 고향을 떠난 뒤에도 잊지 못한다고 한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청각은 성질이 차고 독이 거의 없어 예로부터 열기를 내리는 해열 식품으로 많이 쓰였다. 담이나 신장결석 등의 결석을 제거하고, 청각채를 물에 담갔다가 우려내어 아침저녁 반잔씩 마시면 야뇨증을 고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청각에는 뼈를 튼튼하게 하는 칼슘도 많이 들어 있고, 배변을 좋게 하는 식이섬유도 많이 들이 있다. 또한 청각에는 항균성 물질도 많아 예로부터 민간에서는 구충제로 이용하기도 하였다.

이두석·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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