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역 풍물거리 포장마차 철거 갈등
올 연말까지 철거 통보를 받은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역 풍물거리'. 5일 오후 포장마차 상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만나서 진지하게 협의할 생각은 않고 협박과 불안감 조성으로 밀어붙이고 있으니 죽을 노릇입니다."
부산 동구가 부산역 일대 포장마차 거리 정비에 나서면서 영세 상인들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구청은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줬다며 올 연말까지 자진해서 철거하기를 요구하고 있지만 상인들은 제대로 협의도 해보지 못했다며 철거 방침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동구청이 철거를 추진하고 있는 곳은 초량동 부산역 역사 옆 골목에 조성된 풍물거리.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역 주변 환경정비를 추진하던 동구청이 광장에서 장사를 하던 노점상들을 옮기도록 해 이듬해부터 조성된 곳이다.
"연말까지 자진철거 않으면
23년 치 도로점용료 부과"
동구청, 민원 등 이유 강행
"협의 한 번도 안 하고 협박"
상인들, 철회 요구 등 반발
당시 구청에서는 별다른 조건 없이 부지와 시설을 마련해주고 입구에는 '부산역 풍물거리'라는 간판까지 세워줬다. 지난 4·19 총선을 앞두고는 5선에 도전한 현역 국회의원이 화장실을 만드는 등 양성화 방안을 찾아보자는 얘기까지 꺼내 상인들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자마자 구청에서는 느닷없이 올해 연말까지 스스로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 철거할 수밖에 없다며 상인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구청이 내세우는 철거 이유는 미관상 좋지 않다는 것. 또 장사를 하지 않는 일부 포장마차가 주변 환경을 훼손하고 심지어 노숙자들의 숙소로까지 이용돼 부산의 관문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 구청은 이 같은 이유로 철거를 요구하는 민원이 잦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구청은 이에 대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서 지난 6월 풍물거리 철거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풍물거리의 낡은 포장마차 환경 개선을 요구한 부산역 역장 명의의 협조공문을 코레일의 철거 요청 공문으로 둔갑시킨 것이었다. 동구청은 공문 공개를 거부했다.
구청은 이런 사실을 숨긴 채 되레 상인들에게 철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손님이 있는 포장마차에 수시로 나타나 철거방침을 통보하고 안내문을 부착하는 일이 이어졌다. 심지어 철거를 하지 않으면 23년 치 도로점용료를 한꺼번에 부과할 수 있다며 80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통보하기도 했다.
참다못한 상인들이 구청으로 몰려가 구청장 면담을 요청해 약속을 받아냈지만 면담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김희돈 기자 happy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