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면에 빠진 '미스 쥴리'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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쥴리 역의 김소희(왼쪽)와 장 역의 강호석. 가마골소극장 제공

현대 연극의 아버지라 불리는 스웨덴 출신의 극작가 겸 소설가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의 서거 100주년을 맞아 11일부터 16일까지 가마골소극장에서 스트린드베리의 대표작 중 하나인 '미스 쥴리'를 뮤지컬로 공연한다.

'현대 연극의 아버지'란 거창한 타이틀에 비해 그의 이름은 국내에선 낯설다. 연극사에서는 '인형의 집'의 헨리크 입센, '벚꽃 동산'의 안톤 체호프와 어깨를 나란히 하지만, 입센이나 체호프에 비해 지명도는 떨어지는 편이다. 사실주의에 기반을 두고 당시 현실을 바탕으로 인간 본성과 내면을 다룬 두 사람과 달리 스트린드베리는 인간의 광기와 부조리함을 담은 난해한 작품이 많았기 때문이다.

극작가 스트린드베리 작품
가마골소극장 뮤지컬 공연


'미스 쥴리'는 스트린드베리의 작품 중 가장 많이 무대화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스트린드베리가 직접 만든 스웨덴의 '스트린드베리 실험극장'이 올해 처음 내한해서 선보인 작품 2편 가운데 하나도 '미스 쥴리'였다.

'미스 쥴리'는 스웨덴 백작의 딸 쥴리가 아버지와 함께 친척 집에 가는 대신, 하인들과 어울려 여름 축제를 즐기면서 시작된다. 쥴리는 하인인 장을 유혹해 잠자리를 갖게 되고, 장은 이를 신분 상승의 기회로 여기고 함께 도망갈 것을 쥴리에게 제안한다. 쥴리는 이를 사랑의 도피 행각으로 여기고 환상에 빠지지만, 장의 약혼자인 크리스틴이 오면서 결국 자기가 생각했던 자신의 존재가 실은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깨닫고 비극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미스 쥴리'는 연희단거리패의 이채경 연출이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이채경 연출은 제12회 대구 국제뮤지컬 페스티벌에서 '샘'이란 작품으로 창작뮤지컬 부문 대상을 받으며 지역 창작 뮤지컬의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다. 이 연출은 "작품 속 주인공인 쥴리와 장, 크리스틴은 모두 자기 삶에 걸어놓은 최면 상태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이들의 삶은 내용이 아닌 멜로디와 인상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음악(노래)과 말(대사)로 나눠서 표현하는 것이 극 중 보이는 허구와 실재, 최면과 현실인식을 구분해서 표현하는데 가장 효과적이며, 그래서 '미스 쥴리'를 뮤지컬로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주인공인 쥴리 역은 2012 아름다운 예술인상 연극부문을 수상한 연희단거리패의 김소희가 맡아 열연을 펼친다. 뮤지컬 '미스 쥴리'는 부산에서 먼저 선보인 후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스트린드베리 100주년 기념 페스티벌' 무대에도 오른다. ▶뮤지컬 미스 쥴리=11일부터 16일까지 가마골 소극장.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3시와 7시, 일요일 오후 5시. 연출 이채경. 출연 김소희, 강호석, 박인화. 1588-9155.

박진숙 기자 tr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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