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기 유적 용호동 해안가, 이번엔 청동기 토기 조각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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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신석기 유물이 발굴됐던 용호동 바다 옆 야산에서 청동기 유물로 추정되는 토기 조각(사진)이 추가로 발견됐다. 해안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얼마 남지 않은 해안 매장 문화재 발굴과 보존을 위한 체계적 조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부산시와 부산시립박물관, 남구청 등에 따르면 부산 남구 용호동 오륙도가 내려다보이는 천주교공원묘지 인근 야산에서 청동기 시대 유물인 무문토기 조각 1점이 발견됐다.

1982년 이곳을 텃밭으로 가꾸던 한 주민의 신고로 신석기 유물인 마제석부 등 7점이 발견됐던 자리다. 30년 동안 계단식 경작이 계속되는 것을 보며 유적 훼손을 안타까워하던 왕정문 남구향토사연구원 연구위원이 남구청, 부산박물관 관계자들과 함께 지난 11일 현장을 찾아 확인하던 중 청동기 무문토기 조각이 발견된 것.

천주교공원묘지 인근 야산서
"해안 유적 체계적 조사 필요"


부산박물관 측은 "발견된 무문토기 조각으로 보아 이 일대에 청동기 유적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밀 지표조사가 필요하고, 이 일대에 개발행위가 있을 경우에는 시굴조사를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남구청에 보냈다. 부산시와 남구청은 시립박물관의 의견을 토대로 지표조사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고, 안내판을 설치해 형질변경 등 개발행위가 있을 경우 사전에 발굴조사를 받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현장을 둘러본 홍보식 부산박물관 발굴조사팀장은 이번 발견을 계기로 431㎞에 이르는 부산의 해안지역에 여러 유물과 유적이 산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 2005년 부산박물관이 기장군 해안지역 문화유적 분포조사를 했던 것 이외에는 부산 전역의 해안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각종 개발 사업이 해안에 집중돼 더 이상 훼손되기 전에 조사를 해 봐야 할 필요성이 높다는 것.

게다가 부산시가 부산대 인문학연구소에 의뢰해 2006년 발간한 문화유적분포지도에는 이곳이 아닌 이기대 주변 야산 지번을 '용호동 유적'으로 표기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었다.

홍 팀장은 "지금까지 부산의 해안에서 발견된 유물로 보아 선조들은 해안에 있는 당목이나 당집에서 제사를 지내는 일이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매장·민속·해양 등 해안 유물이 더 이상 훼손되기 전에 체계적인 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신석기부터 청동기까지의 유물이 한자리에서 발굴된 것은 부산 남구의 유구한 역사를 입증하는 사례"라며 이번 발견을 반긴 왕정문 위원도 "해안 유적 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지도록 관계 기관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진 기자 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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